헌재, 질병 예측 및 건강 정보 구성 가능한 ‘민감정보’…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중대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경찰이 수사의 목적으로 공단에 요양급여내역을 제공받은 행위가 정보 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중대한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헌법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상병명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전문의의 병원인 경우 요양기관명만으로 질병의 종류를 예측할 수 있고, 장기간의 정보는 정보주체의 건강에 대한 통합적 정보를 구성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엄격한 요건 하에서 다뤄져야할 민감정보에 해당한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3년 12월 20일 서울용산경찰서장에게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의 요양급여내역을 제공한 행위는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앞서 용산경찰서장은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사건 수사과정에서 공단에게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의 병원 방문 내역을 요청했고, 공단은 2012년부터 2013년에 걸쳐 각각 총 44회와 총 38회의 급여내역을 제공하며 응했다.

이에 청구인들은 용산경찰서장에 사실조회행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제공행위 등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급여일자와 요양기관명은 피의자의 현재 위치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고,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등 다른 수사법으로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요양급여정보 요청일 또는 제공일에 근접한 요양급여정보를 제외한 2년 또는 3년 동안의 요양급여정보는 소재 파악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공한 요양기관명에는 전문의의 병원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청구인의 질병의 종류를 예측할 수 있는 점, 2년 또는 3년 동안의 요양급여정보는 청구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비춰, 위 사건에 정보제공행위로 인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가 매우 중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정보제공행위가 정보주체인 청구인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도 없고,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정보제공행위로 얻을 수 있는 수사상의 이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했던 반면, 청구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민감정보인 요양급여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정보제공행위는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고 결국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편 헌재 공보관실은 이번 결정의 의의에 대해 상병명 등을 포함하지 아니한 요양급여일자, 요양기관명에 국한된 정보라고 하더라도, 요양기관이 산부인과, 비뇨기과, 정신건강의학과 등과 같은 요양기관명만으로도 질병의 종류를 예측할 수 있는 점 등을 비춰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가 규정한 건강에 관한 정보로서 민감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민감정보의 범위와 수사기관 제공 요건에 대한 이번 결정의 해석이 적용되면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요양급여정보가 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서 수사기관에게 제공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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