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의 간병비 부담으로 직장인으로 간병 역할까지 떠맡다 보니 생계마저 위협 받고 있다, 하루속히 대책을 마련해 달라”. 어느 환자 보호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요양시설에서 간병비 부담 없이 보호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병원으로 전원되면 오히려 한달에 평균 70~80만원의 간병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요양병원들은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고령인력에다 조선족, 더 나아가 언어소통 마저 제대로 안되는 중국 동포들을 대거 간병인으로 고용하면서 ‘존엄케어’가 실종되고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 간병인력중 50~60대가 47.8%, 60~70대가 37.8%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 추세며, 34.7%는 조선족이고, 중국동포 유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간병인의 과중한 근무시간도 문제다. 24시간 전일근무가 가장 많아 간병인들의 피로도를 증가시켜 적절한 간병을 제공하는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팀이 내놓은 요양병원의 간병 실태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잘 드러나 있다.

한국어에 능숙치 않은 조선족 간병인의 경우 환자와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고, 간병인 당 환자 수가 평균 8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24시간 전일 근무 형태가 많아 적절한 수준의 간병을 제공하는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요양병원의 경우 화재 등의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처하고 환자 안전을 확보를 위해서는 늘 환자 곁을 지키는 간병인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수년전 발생했던 장성 요양병원 화재 당시 간호조무사 1명만 근무하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들을 제때 대피시키지 못했고, 유독가스 발생시 제때 환기를 시키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결론적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 간병서비스의 질 개선, 환자의 존엄과 안전상 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는 일정 자격을 갖춘 간병 인력을 활용 할 수 있도록 간병비 급여화 등의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장성 화재 사건을 계기로 자정 활동을 강화해오고 있는 요양병원협회가 10대 개혁 과제중 ‘간병인 급여화 관철’을 최우선 순위로 꼽은 것은 그 만큼 현실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요양병원의 기능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요양시설과 요양병원간 역할이 모호한 상황에서 간병비 급여화가 추진되면 건강보험 재정 낭비만 초래하고, 막대한 소요 보험재정을 감당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 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 51만 2102명 중 입원보다는 돌봄이 필요한 환자가 16만8634명(33%)에 달하고, 반면 요양시설 입소자 14만 1655명 중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는 4만 3063명(30%)에 달한다.

의료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와 요양시설 이용만으로도 충분한 환자들을 정확하게 평가해 구분하고, 의료적 필요도가 낮은 사람들의 요양병원 입원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보험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병원 입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돼야 요양병상 입원이 가능한 독일 사례와 임상적 상태에 따른 의사의 판단을 받아야 입원 가능한 미국의 제도 등을 벤치마킹 해볼 만하다.

간병비 급여화 방안으로는 급성기병원과 달리 치료보다는 수발이 주된 업무가 되는 요양병원의 특성을 감안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과 운영기준, 수가체계 등의 별도 모델 정립이 요구된다.

간병업무를 전담해 수행할 별도 인력(일정 자격 갖춘 요양보호사)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모델의 인적 구성으로 편입되면 현재 급성기병원에서 시행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간호인력 수급난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수가체계도 현 일당정액수가에 행위별수가제 요소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수가 개편이 이뤄지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효과도 기대 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소요 재정 확보 등의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서 노인환자의 존엄케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