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의학의 태두…가족계획 국제적 최고 권위자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우인(又仁) 양재모 전 연세대의료원장(향년 99세)이 1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양재모 교수는 우리나라 예방의학의 학문적 기틀을 마련하고 발전을 주도한 예방의학의 태두로서 한국전쟁 후 폭발적으로 팽창한 인구문제를 성공적 가족계획사업 도입으로 해결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을 설립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과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을 역임하며 교육자이자 행정가로서도 눈부신 역량을 발휘했다.

故 양재모 교수는 1919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나 휘문고등보통학교와 세브란스 의과대학(現 연세대학교 의과대학)를 졸업했다.

고인은 의과대학 재학 시 신탁통치반대운동, 한글 보급운동 등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했으며 지난 1953년 봄부터 세브란스의과대학 위생학 강사로 교수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이듬해 미국 미시간대학교에 유학해 보건학석사를 마치고 1955년에 귀국, 의료정책과 관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의료이용에 관한 연구에 매진했다.

무엇보다 인구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단법인 가족계획협회를 창설(1961)해 적극적 활동을 펼쳤던 양재모 교수이다.

실제로 양 교수의 활동으로 가족계획이 국책사업으로 채택돼 활기를 띄었으며, 불과 수년 만에 사업이 정착돼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국제적 평가를 받았다.

이어 양 교수는 지난 1965년 국제연합 자문위원으로 인도에 3개월 간 주재했고 이듬해에는 6개월간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의 초빙교수와 2개월의 미시간대학교 인구연구소 초빙교수로 활동했으며 1967년에는 세계학술원 회원이 됐다.

고인은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1968년에는 연세대학교에 인구 및 가족계획연구소를 설립했다.

대한민국의 가족계획사업은 새마을운동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했는데 양 교수는 대한가족계획협회(現 가족보건복지협회) 창설자로 회장과 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양 교수는 가족계획사업을 진행 하면서 정부와 함께 지역사회 보건사업 기반을 구축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1972년부터 4년간 연세의대학장을 역임하면서 지역사회의학의 개념을 비롯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했고 강화지역사회의학사업을 통해 의과대학생과 간호대학생의 교육 및 지역사회의학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1977년에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을 설립해 초대 원장으로 활동했으며 1979년에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 4년제 보건과학대학을 국내 최초로 설립했다.

1982년에는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으로 취임해 광혜원 100주년사업 등을 추진했고 국내 최초 재활병원을 설립하는 등 철학 있는 행정가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고인은 가족계획의 성공적인 도입으로 국민훈장 목련장(1972년)을 받았고, 평생 예방의학과 의학교육에 봉사한 공로로 정년퇴임 시 국민훈장 모란장(1985년)을 수훈했다.

이어 1991년에는 상허문화대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에 열린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 세계적 보건인(75 Heroes of Public Health)에 선정됐다.

이외에도 양재모 교수는 대한보건협회의 보건대상(1992),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에서 수여하는 오천혜(George C. Worth)상을 제1회로 수상(1999)했으며, 국제가족계획연맹에서 수여하는 파이오니어 월드상을 제1회로 수상(2000)한 기록을 갖고 있다.

가족계획에 관련된 셀 수 없이 많은 국제수준의 국영문 연구보고서를 펴내기도 한 고인이다.

그의 저서로는 '위생학 상권(1956)', '보건통계학(1957)' 등의 교과서와 '국민의료총론(1984)', 자서전인 '사랑의 빚만 지고(2001)'등이 있다.

한편 故 양재모 교수의 빈소는 연세장례식장 특1호실이며, 장례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장으로 거행된다. 발인예배는 오는 21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안성 초동교회고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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