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제대로 말 못해요. 의사 태도·소통 낙제점”

이런 제목의 뉴스가 요 며칠사이 여러 매체의 주요 지면을 장식했었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의료서비스 환자경험 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분석해 나온 기사들이다. 좀 비약된 측면도 있지만 늘 아쉽게 생각해 온 대목들이 지표로 나온 것이라 시사점이 결코 가볍지가 않다.

안병정 편집주간

이번 조사는 큰 병원을 이용하면서 느낀 환자들의 생각을 6개영역으로 구분하여 세부 항목들을 평가했는데 전체적인 평가의 결과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의사 서비스’와 ‘환자권리보장’이라는 세부항목에서 가장 박한 점수가 나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소위 ‘빅 5’라는 유명 대학병원들이 하나같이 이들 의사서비스 항목에서 최하위권 점수를 받아 명성에 적지 않은 체면을 구겼다. 이를 두고 의료사회에서는 예상된 결과였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동안 여러 병원들이 환자중심의 진료문화를 주창하며 시스템을 바꾸고, 서비스혁신 프로그램을 가동해 왔지만 이번 조사결과로 미루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인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사고와 태도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환자들의 지나친 권리의식도 있고, 현재와 같은 수가 체계로 진료의 채산성을 따져야 하는 병원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검사나 수술, 그리고 처방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솔직히 환자들과 더 이상 눈을 맞출 여유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요인들을 놓고 볼 때 의사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것은 상대적일 수가 있고,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공개적인 지표가 나왔고, 이를 통해 의사들의 권위의식이나 불친절을 들먹이고 있으니 유야무야 넘길 일은 아니다.

더욱이 환자들의 평가는 이렇게 나왔다고 하지만 평소 대다수 의사들은 환자들을 위해 무던히 헌신하고 있다. 그 같은 노력이 폄훼되거나 더 이상의 불만이나 불신으로 쌓이지 않도록 병원과 의사들의 자각과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그 것은 늘 강조해 온 인폼드 컨센트(Informed Consent,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에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일 것이다. 최근 병원들은 환자나 보호자들의 답답함을 달래고자 ‘설명간호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환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지 못하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환자들의 정서는 오로지 의사를 믿고 거기에 기대고자한다. 그러다보니 의사로부터 제대로 들어야 속이 편하고 위안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의사가 따라다니며 사소한 질문까지 답변 해 줄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언제나 환자들의 물음을 경청하고, 쉽게 설명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 같은 습관은 몸에 배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고, 실천적 노력을 위한 시스템이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자면 의사가 품을 더 팔아야 하는 것이니 비용적요소도 있을 수 있다.

어쨌거나 환자평가를 통해 의사서비스가 화두가 된 지금, 병원들이 인폼드 컨센트를 제대로 확립할 수 있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교육에 적극 나서보았으면 한다. 너무 '돈, 돈' 하는 것 같지만 인폼드 컨센트 실천을 위해서라면 상응하는 수가화 방안도 연구 대상으로 적극 검토되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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