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심실 보조장치 이식 LVAD로 1세 여아 심장 기능 회복시켜
국내 첫 청소년 체내 인공심장이식술도 성공…생명 연장 수단에서 치료로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세브란스병원이 열어가는 인공심장이식 심장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주목된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최근 ‘좌심실 보조 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 LVAD)’ 이식으로 1세 아이의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그동안 LVAD 이식이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에 머물렀던 것을 넘어 근본적인 심장 ‘치료’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이 성공한 것.
아울러 세브란스병원은 청소년에 대한 체내 LVAD 이식도 국내 최초로 성공하면서 소아‧청소년 인공심장이식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 주인공은 세브란스병원 박영환 · 신유림 심장혈관외과 교수와 정조원· 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로, 이들은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입원한 영아와 여중생 두 환자에게 ‘인공심장 LVAD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시켰다.
■ ‘생명 연장 수단’에서 ‘치료’로…소아 LVAD 이식술 전환점 마련
우선 1세 여아 환아의 경우, LVAD 이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근본적 치료법으로서의 전환점을 마련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식술 후 빠르게 심장 기능을 회복한 환아는 지난 6월 말 LVAD 장치를 모두 제거하고 7월 6일 자신의 심장으로 숨쉬며 퇴원했다.
지난해 12월 말 호흡이 거의 없는 상태로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로 긴급 후송된 1세 환아는 좌심실 기능이 정상 수준의 5%이하로 떨어져 매우 위중한 상태였으며 심장과 폐기능을 대체할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 없이는 호흡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영환 심장혈관외과 교수· 정조원 소아심장과 교수는 LVAD 이식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해 지난 1월 8일 이식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환아는 심장기능이 상승하면서 몸이 붓는 증상이 사라지고 건강을 회복했고 또래와 같이 걸음마를 시작하는 등 정상적 발달과정을 거쳐 소화기능도 회복돼 입원 시 6.5㎏이던 체중은 9㎏까지 늘었다.
수술을 집도한 박영환 교수는 “이제까지 LVAD 이식은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유지의 연결 고리’의 역할에 그쳤으나 이번 사례로 상실된 심장기능의 회복을 촉진시켜 정상생활로 복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해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정조원 교수 또한 “앞으로 주기적인 검진과 약물치료 병행으로 심장이식 없이 정상적인 신체 발달과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향후 치료 목표”라고 전했다.
■ 청소년 대상 국내 최초 체내 LVAD 이식 성공
이어 신유림 심장혈관외과 교수· 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는 국내 최초로 청소년 환자에게 성인과 같이 체내에 LVAD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병원에서 심장이식 공여자를 기다려야 하는 다른 청소년 환자와 달리 14세 A양은 지난달 퇴원, 2학기부터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성인 환자의 경우에는 몸 속 공간이 충분해 LVAD를 안으로 넣고 몸밖에 동력 및 조절장치를 찬 상태로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소아‧청소년은 몸속 공간이 부족해 좌심실의 심장혈관을 몸밖에 있는 LVAD 장치와 튜브로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왔다.
이 경우 동력과 제어장치가 달린 3단 서랍장 크기의 장비도 같이 연결해야 해 활동이 크게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A양의 사례는 이 같은 소아‧청소년 대상 LVAD 이식과는 다른 형태라는 것이 세브란스병원의 설명이다.
실제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입원한 A양에 대해 생 예전처럼 다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고민을 거듭했고, 지속적인 협의 끝에 성인형 LVAD 이식 계획을 수립해 지난 5월 15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이와 관련 신유림 교수는 “체구가 작아 협소한 심장과 그 주변장기 사이에 LVAD 기구를 삽입하기 어려웠으나 다행히 세밀한 내부 장기 구조 분석과 수술계획으로 청소년 환자에 대한 LVAD 이식술을 국내 첫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세용 교수도 “청소년 환자가 휴대용 LVAD 이식을 통해 질병 치료와 일상생활을 병행함으로써 정상적인 신체 발달과 심리적 안정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성공적 수술…환자 부담 낮추기 위한 지원도 지속
세브란스병원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국내 첫 성인형 체외 LVAD 이식술 및 2017년 11월 2살 남아에 대한 국내 첫 소아 좌우(양)심실보조장치 이식술을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 수술들이 진행됐다.
즉, 현재까지 국내에서 소아에 대한 LVAD 이식술을 시행하는 의료 기관은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한 것.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고난이도의 수술뿐만 아니라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이번 영아와 여중생에 대한 LVAD이식을 위해 병원 자체 후원금과 한국심장재단을 비롯한 외부 후원기관의 적극적인 연계로 각각 1억원 이상의 진료비를 지원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최동훈 원장은 “두 어린 환자의 사례가 심장질환으로 고통 받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면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료진 모두 한층 더 정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