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태 법무법인 세종 고문


[의학신문·일간보사] 무엇을 재분배할 것인가? 소비(지출), 소득, 부·재산을 재분배할 수 있다. 우선, 소비나 지출에서 재분배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복지를 도입할 때 배급제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소비세나 복지정책을 통해 일정정도 시행하고 있으나 수단과 측정방법이 마땅하지 않고 불평등의 정도가 크지 않아 전면적 정책으로 도입하지는 않는다. 부자라도 검소하게 소비·지출하고, 가난해도 낭비하는 소비행태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다.

둘째, 부·재산, assets, wealth에 대한 재분배가 있다. 재산은 일생을 통하여 축적하거나 증여·상속으로 물려받은 것이라서 불평등의 정도가 훨씬 심하다. 이를 재분배한다는 것은 평생 노력하여 쌓은 사유재산을 몰수하여 국유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시대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했던 방법이다.

토지공개념 도입 운운하는 모 인사의 발언은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발상이다. 중국과 같이 토지소유권은 국가에 귀속시키고 사용권만 허용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언했다. 토지보유세, 재산세 등을 강화하는 수준을 벗어나는 더 이상의 사유재산 침해 정책은 수용하기 어렵다.

셋째,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보편적으로 도입 시행하는 재분배는 소득재분배, income redistribution이다. 시장(임금, 이윤, 이자, 지대)에서 발생하는 일차적 분배의 불평등 문제를 조세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완화하는 정책이다.

소득재분배는 개인적으로 청·장년기에 저축하였다가 퇴직 후 소비하는 수평적 시계열적 재분배, 부자들이 납부한 세금이나 보험료로 빈자에게 복지 급부형태로 이전하는 수직적 재분배, 현 근로세대가 납부한 세금이나 보험료로 퇴직한 노령세대가 급여받는 세대간 소득재분배로 구분된다.

소득재분배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탈상품화 정도가 평가되고 소득불평등 지수, 지니계수로 비교평가된다. 소득재분배는 경제 활성화를 저해하지 않고, 저소득층의 기본생활을 보장하여 사회안정을 기할 수 있을 정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해당국가의 국민 소득수준과 민도, 조세와 복지에 대한 이해와 참여, 정부의 투명성 등에 따라 다르다. 한국은 26%, 스웨덴은 46%, 덴마크는 48%의 국민부담률을 보이고 있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데, 스웨덴 등 사민주의 국가는 0.25~0.30으로 소득불평등 정도가 낮고, 미국·중국 등은 0.45 이상으로 높다. 한국은 0.38정도인데 높아지고 있다.

소득양극화 지수도 있다. 단순 소득불평등정도가 아니다. 통계적으로 종모양을 형성하는 소득분포에서 중산층이 몰락하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으로 이원화된다. 낙타등과 같은 bipolar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양극화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로 에스코바의 지수가 개발되었다. 양 집단내의 동질성과 양 집단 간 이질성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 사회불안정, 문화의 간극심화 즉, 빈곤 문화·부자문화가 형성된다. 상대집단에 대한 질시현상, 공격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2007년 미국 금융위기 때 젊은 실업자들이 월가를 점령하는 폭동, 현재 한국에서 재벌 등을 족치는 폭동 등의 현상이 대표적이다.

요즘 한국 정치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된다. 중도세력은 발붙일 곳이 없이 우와 좌가 극명하게 양분된다. 양 세력은 같은 집단 내에서는 동질감을 극대화하고 반대세력에 대해서는 이질감을 더 키우려고 한다.

경제에서는 중산층을 키워야 하는데 정치에서는 중도층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확고히 하며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세금내고 부패를 멀리하고, 가진자들이 겸손하게 처신하고, 세대간 소통하며 젊은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튼튼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대학 1학년 때 읽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요즘 젊은이들이 꼭 읽어보기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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