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부당청구 수천억...”

보건복지부가 해마다 건강보험 부당청구 내용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하면 으레 이런 제목이 달려 시청자나 독자인 국민들에게 전달된다.

의사나 의료계가 피 같은 국민들의 보험료를 축내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는게 다음 순서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2016년 건강보험공단이 부정청구 꼬리표를 달아 발표한 금액은 6017억원인데, 그 중 94.3%가 사무장병원이 저지른 금액이고 3.6%는 청규오류였다.

2.1%가 ‘선량한’ 의료기관(병의원, 한방병의원, 치과병의원 포함)의 불법 청구였는데, 그 수치라도 오십보 백보론을 들먹이며 비난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대부분의 부당청구 책임은 사무장병원에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는 사무장병원이 왜 근절돼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의원급 병상수가 의원이 2.62개인데 비해 사무장병원은 4.57개, 직원 대비 의료인 고용비율은 일반 의원이 27.5%인데 반해 사무장병원은 18.2%에 불과하다.

의사와 간호사 1등급 비율이 일반의원보다 7.3%, 5.5% 각각 낮고 70세 이상 대표자는 일반의원에 비해 5.9배나 높다.

사무장병원의 6개월 미만 근무 봉직의가 45.1%로 일반 의료기관(2.3%)보다 월등히 높고 동일 연령-중증도-상병으로 100명이 입원했을 때 사무장병원에서는 11.4명이 더 사망했다.

한마디로 콩나물 시루 같은 병실에서 주사제를 상대적으로 많이 처방하고 장기입원이 속출하는 등 과잉진료를 일삼은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1273개 사무장병원이 적발돼 무려 1조 8112억원이 환수 당했다.

하지만 갖가지 장애물과 핑계로 실제 징수률은 7%(1320억원)에 그치고 있는게 현실이다.

본래 의료기관 개설권은 의사로(한의사, 치과의사) 국한돼 있으나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 개설권이 없는 사람이 돈 벌 욕심에 차렸다는 점에서 불법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사무장병원의 폐해는 치료 질 저하, 건보재정 누수 등 국민적-국가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정성스런 진료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존중받아야 할 의사 등 의료인들에 대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사무장병원 근절방안을 내놓은 것은 시의적절했다.

사무장병원을 의료생협 손질 등 진입단계에서 차단하고 운영 중인 사무장병원은 의료인 자진신고시 처벌 경감 등 갖가지 방법을 통해 찾아내고 형사처벌, 승계 차단, 비급여 진료비 몰수 등 적극 퇴출시키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무장병원 퇴출에는 정부의 강한 의지에 의료계를 잘 아는 의사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보태져야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계를 좀 먹는 사무장병원, 이번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이것이 국민과 의료계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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