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장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수익모델로 연결돼야 추가적인 관련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으며, 보건의료산업 중심의 국가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구조로 체질이 강화될 수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의료기기업계와 정부가 나서야 할 때이다.

김재홍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4차산업혁명의료기기특별위원회
3D 프린팅 분과장

[의학신문·일간보사] 과학기술 발달과 함께 삶의 변곡점을 이끌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물결은 일반산업계는 물론, 우리 일상 곳곳에서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계 곳곳에서 4차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전에 없던 IoT기기나 각종 융·복합 장비가 생활필수품처럼 빠르게 우리 삶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4차산업혁명만이 가지고 있는 파급력은 무엇이며, 의료산업에 있어서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과거 1~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산업혁명의 전환기마다 고유한 특징을 가진 핵심기술이 존재해 왔다. 이런 특정기술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하고 이후 이를 응용한 분야가 성장해왔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에 있어서는 특정 기술이 한 세대를 이끌어가는 형태가 아닌 각각의 기술이 융합되어 혁신을 이루는 형태로 발달하는 패러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4차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한 축으로 알려진 3D 프린팅 기술은 어떤 형태로 접목되어 활용되고 있을까. 3D 프린팅 또한 소재, IT, 제어기술의 융·복합 흐름 속에 자리 잡은 혁신적 제조기술로서, 복잡하고 가공이 어려운 제품의 제조단가를 낮추거나 시제품 제작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상품의 개인 맞춤화도 가능해졌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3D 프린팅은 의료계에서도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자의 병변부를 스캐닝하고 모델링하여 결손조직과 일치하는 개별 맞춤형 임플란트를 제작하여 수술 시 적용하는 형태가 있다. 또한 혈관이나 복잡한 신경주위 조직의 외과수술 시 조직재현용 시뮬레이터가 제작되어 사전실습을 통한 정교한 수술집도를 돕고 있으며, 정밀한 외과적 수술기구 사용을 위한 맞춤형 수술용 가이드 제품도 개발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개별 맞춤형 임플란트는 개발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금속소재를 이용한 맞춤형 의료기기는 의료현장에서 상당히 많은 사례가 접목되었고, 지금은 바이오세라믹과 폴리머 등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맞춤형 제품의 개발을 통해 수술 위험성이 높은 신경, 정형외과 수술에서 유효성과 안전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맞춤형 임플란트를 통한 수술시간의 획기적 단축을 통해 집도의에게는 수술부담을 낮춰주고 환자에게는 감염과 후유증의 위험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3D프린팅의 비중은 계속 커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연구조사기관인 Research N Reports의 최근 보고서 ‘Global 3D Printing Healthcare Market Research Report 2017’에 따르면 3D 프린팅을 활용한 의료분야의 시장은 2021년까지 연평균 44%로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3D 프린팅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 또한 유수의 글로벌 업체들의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특히 신체장기나 세포를 프린팅하여 인체조직을 대체하는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3D프린팅시장 연평균 44% 증가 전망

3D 프린팅 의료산업은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재 안고 있는 한계점 또한 뚜렷하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 수익을 통해 산업과 기술이 다시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한다. 혁신은 관련 기술이 성숙하여 발전하기 전까지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지만 개발업체만의 투자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으므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미래성장 동력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국가가 주도하여 선도적인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이 차이가 국가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가주도의 의료정책과 공적 의료보험 체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의료산업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분야에서 3D 프린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갖추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는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새롭게 개발되는 3D 프린팅 의료제품에 대한 품목분류체계의 정립이다.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자유로운 형상구현도 만큼이나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제조허가를 위한 허가품목분류체계가 기성제품에 맞춰진 까닭에 새롭게 개발된 제품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한 제조허가 후에도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치료재료의 분류가 제조허가의 품목분류와 상이함으로서 혼란을 갖게 된다. 이러한 어려움은 허가를 관장하는 정부만의 역할로 돌릴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을 포함한 의료기관 그리고 개발하는 관련 업계가 주기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할 것이다.

두 번째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의료제품에 대한 정부차원의 합리적 지원이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제조업계를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3D 프린터 육성 사업이 활성화되었고,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사업의 수혜가 대부분 3D 프린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력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부분도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제품자체에 대한 지원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점은 문제이다.

의료분야에서는 오랜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제품이 어느 산업보다도 발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기산업에서 신제품의 생명주기가 타산업보다도 짧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의료 3D프린팅 산업계가 갖고 있는 어려움은 최종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고가의 3D 프린터 도입, 제품의 안정성 및 유효성 입증을 위한 시간과 비용, 나아가 임상시험을 위한 투자 등이 필요한 점이다. 더 높은 고부가가치가 있는 제품의 개발을 위해서 정부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보건산업분야에서의 3D 프린팅 분야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다양한 의료제품 보험수가 정비 필요

마지막 과제는 다양한 의료제품의 시장진입이 가능토록 관련 보험수가를 정비하는 일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임플란트 제품으로 대표되는 체내 삽입용 의료기기 제조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3D 프린팅이 활발히 접목되는 분야는 인체모형 분야이다.

의사들은 해부학적 정복과 수술 스킬을 높이기 위해 동물 또는 카데바를 통한 의료실습을 한다. 하지만 이런 연습을 위한 카데바는 매우 고가이며, 기증도 많지 않아 실습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3D 프린팅은 이런 실습모델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환자마다 특정 해부학적 차이점을 극복하여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맞춤용 수술용기구가 있다. 이러한 수술용가이드를 활용함으로 올바른 수술진행 확인을 위해 수술 간 확인하던 방사선 촬영을 자제하여 방사선 노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고,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의료제품들이 전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우리나라 실정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위의 새로운 의료제품이 개발되면 새로운 치료재료로 인정받기 위해 기존행위 적용여부를 따져봐야 하는데 기존의 의료행위와 동일한 범주로 판단이 되면 재료대가 행위료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비용을 청구할 수 없고, 반대로 새로운 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 평가제도 통과를 위해 체계적 문헌자료가 구비되거나 포괄적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료분야에서 3D 프린팅의 기술활용과 발전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지만 의료시장에서 확산되기 위해서는 수익모델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관련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으며, 보건의료산업 중심의 국가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구조로 체질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의료기기는 물론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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