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신약개발의 목적은 인류의 건강증진과 새로운 질환의 치료다. 고령화 등 사회 환경이 변하고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동안 예측하지 못했던 희귀질환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미 충족 의료수요에 의한 신약개발의 중요성은 점점 더해가고 있다.

다국적제약기업들도 4차 산업 혁명의 무한경쟁력을 얻기 위해서 기존과 다른 패턴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첨단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틈새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2006~2015 임상개발 성공률을 살펴보더라도 대체치료제가 없고 시장 독점력이 높은 퍼스트 인 클래스로서 희귀 질병 대상 신약개발 프로그램과 선택적인 바이오마커 사용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약가가 비싸도 치료기간이 짧아짐으로써 수명연장, 의료기관 및 메디컬서비스 이용 감소, 생산성 향상, 삶의 질 향상, 요양기관 이용 감소 등 사회적인 기회손실비용을 줄이고, 보험재정을 절감시키기 위한 희귀의약품, 항체 및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의약품 등 스페셜티의약품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 의약품 규제시장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부단히 법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자국 신약개발의 발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을 예로 들면 그동안 중국 의약품시장은 제네릭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전체 의약품시장의 규모는 미국에 이어서 2위로 성장한 반면에 신약개발 수준은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었다. 그러나 ICH 가입 이후에 의약품 허가와 관련한 규제를 국제 표준화에 맞게 빛의 속도로 혁신하고 있다.

2017년 10월 의약품 혁신을 위한 심사 및 승인절차의 개혁에 관한 의견을 발표한데 이어서 약물관리법 개정안 및 약물등록 규정 개정안 마련과 12월에는 혁신의약품 우선 심사 평가 장려에 관한 정책을 발표하는 등 계속해서 개정규정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 개편은 자국기업의 신약개발 육성 뿐 아니라 글로벌 임상데이터 수용 등 제약시장 개방에 대한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반해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규제 개혁의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을 하려면 식약처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식약처가 임상시험 계획 승인 여부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신약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정해진 규정 기간 내에 임상시험 승인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다.

중국이나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임상시험 승인이 이뤄지고 있지만 속도감 있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받은 뒤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규정 기간 이후에 승인된 것으로 보는 통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지 대신 허가의 성격을 띠다 보니 승인을 기다리는 기업으로서는 식약처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기한 만료에 임박해서 자료 보완을 요청하거나 자진 철회를 권유하는 사례도 있다.

중국정부는 규제를 대폭적으로 풀고 있다. 신약 개발을 마무리하고 판매 허가를 받기까지 임상시험승인신청, 임상시험, 신약허가신청 3단계를 거치는데 중국은 2015년부터 임상시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임상시험 승인 신청 절차를 기존에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리던 임상시험 승인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신청 후 60일 이내에 무조건 임상시험에 대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ICH(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여섯 번째 가입국으로서,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국으로서 급변하는 첨단기술의 글로벌 시장 진입장벽을 극복해야하는 중대 고비에 서있다. 관련 법률을 면면히 살펴서 글로벌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급변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개혁 대응방안이 신속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바이오헬스 신산업의 신약개발 재정 지원은 빛을 잃고 그 혁신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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