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에 집중하기 보다 '새로운 제안'으로 시간 허비
협상팀 보험 전문성도 의심…주변서 '전략부재' 눈총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제도의 연착륙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된 ‘의정실무협의체’에 나서는 의협의 전략이 ‘서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의정실무협의체의 핵심 의제는 △비급여 항목 급여화 △적정수가 보상 △신포괄수가 시범도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체계의 개선 등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실무적인 논의를 위한 기구인데 의협이 본질에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거나 협상 툴을 요구하여 협상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협이 당장 시급한 비급여의 급여화 등에 대해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협상방식이나 주체에 대해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어린이집안전공제회에서 개최된 제 4차 의정실무협의체.

이 같은 우려는 그동안 의정협의체에서 의협의 요구했던 사안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앞서 협의체에서는 협상 창구 단일화나 복지부-심평원 산하 위원회 배석수 확대, 기타 의료현안 협의체 구성 등 보장성 강화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안건이 많이 다뤄졌다. 심지어 최근 진행됐던 제4차 의정협의체에서도 의협 협상팀은 의료현안을 중심으로 의제 확대 또는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바람에 어떠한 결과물도 거두지 못했다.

이룰 두고 주변에서는 의협이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 복지부를 설득할만한 논리와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전략부재 아니냐’는 추론까지 불러일으키는 양상이다.

따라서 의협 집행부가 의정실무협의에서 의사회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기 힘들 것을 예상하고, 다른 현안으로 반대급부를 얻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과 복지부가 비급여의 급여화 관련 논의를 진행하면서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막연한 반대만 외치다보니 복지부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케어 저지를 앞세워 뽑힌 최대집 집행부의 궁극적인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그는 “물론 의협이 정부와의 전쟁에 앞서 기반을 다지고, 병력을 모아 군대를 확대하려는 복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전쟁 중인데 군대를 키우기보다 어떻게 전투를 할지 논의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역설했다.

아울러 의정실무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의협 협상단원 구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전임 의협 집행부의 관계자는 “논의될 내용이 대부분 보험 분야이고, 주로 비급여의 급여화의 디테일한 논의가 필요한데 정작 협의체에 참여하는 의협 협상단원 중 보험이사는 1명에 불과하다”며 “현재 의협 집행부는 뜬구름만 잡고, 구체화되지 않는 내용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의정협의에서 보험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들어가더라도 의협은 복지부의 논리에 맞대응하거나 제대로 된 반박을 할 수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의협이 복지부는 적으로만 생각할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동료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계 한 임원은 “자꾸 의협이 복지부와 심평원을 적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결국 건정심에 가서 함께 가입자와 공익을 설득해야하는 동료나 마찬가지”라며 “복지부를 적으로만 본다면 결국 피해는 의사회원들에게 돌아간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의협은 무조건 반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복지부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할 때”라며 “특히 의협이 충분한 근거를 갖고, 전략적으로 협상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의료계 일각의 지적에 의협은 “보장성 강화 정책 말고도 회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현안에 대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와 논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 이외에도 의사회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현안에 대해 의협이 적극 대응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협상단에 보험이사가 1명이 들어가도 논의된 사안에 대해 집행부에서 모두 공유되고 있는데 어떠한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왜 자꾸 의협의 회무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확대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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