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기존 가격 대비 5배 가격으로의 인상을 요구해 물의를 빚었던 리피오돌 약가논란이 마무리 됐다. 공급사인 프랑스계 게르베코리아와 건강보험공단간의 가격협상이 최근 타결됐다. 대략 기존 가격의 3.6배 정도에서 합의됐다는 전언이나 으레 그랬듯 정확한 금액은 아니다. 건보공단의 공식적인 입장은 ‘게르베코리아가 요구했던 가격 인상분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정도이다.

김영주 부국장

이번 논란에서 다시금 드러난 것은 이익 앞에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다국적제약의 민낯이며, 확인된 것은 ‘강하지 않으면 당할 수 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차제에 토종 신약은 물론 제네릭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와 더불어 폄하 보다는 격려와 지원이 절실하다는 사실이다.

게르베코리아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비난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500%인상 요구 자체가 비상식적 이다. 독점 의약품 이라는 점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 이 같은 터무니없는 요구의 배경이 됐을 것이다. 실제 가격협상 과정에서 공급량을 줄이고, 시장철수 가능성도 나왔다. 환자를 볼모로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샀다. 협상 타결의 부대조건에 이같은 상황의 반복 가능성을 막는 조항도 있다는 전언이고 보면 ‘이득 앞에 합리성·도덕성이 묻혔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번에도 이기는 협상을 벌인 것 같지는 않다. 5배 인상을 요구했는데 ‘그 보다는 낮은 가격에서 타결됐다’는 것이 공단 측 확인이고, 대략 3.6배정도 인상이 이뤄진 것 같다는 관측이다. 3.6배 인상은 상식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전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타그리소 가격협상과정에서는 유사한 효능효과의 한미약품 올리타가 있었음에도 공단이 성공적인 협상결과를 도출했다는 증거는 없다. 다국적 독점품목에 대한 가격협상은 처음엔 떠들썩하다 합의되면 묘하게 안개속으로 묻힌다.

건보공단은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국내 신약에 대한 가격후려치기가 오죽했으면 제약사들이 해외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국내가격과 해외수출용 가격을 달리해달라고 요구했을까?

반면 다국적제약에는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시장 철수 등 환자를 볼모로 막무가내식 압박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리피오돌 문제에서 간과해선 안되는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다. 만일 국내 신약, 제네릭이 없고 다국적제약 오리지널이 지배하는 시장이라면 건보공단은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재정압박은 물론 환자 부담도 엄청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다국적 오리지널이 지배하고 있는 동남아시장에선 높은 약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부터 그 가능성을 인정받는 토종 혁신신약에 대한 낮춰보기가 일반화 되고, 엄격한 허가절차를 거쳐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 및 안전성에서 차이가 없다고 인정받은 개량신약 및 제네릭에 대한 폄훼가 공공연한 상황에서 뼈아프게 되돌아 봐야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한 제약 개발담당자는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신약개발이란 목표를 향해서 뛰어든 국내 제약회사에 대해선, 등 두드려 주며 잘 해보라고 성원해 주는 것이 제약강국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라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