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송재윤 교수 “한방사업 객관적 근거와 공공이익 부합 등 신중 검토 필수”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한의학 친화 사업을 펼치는데 문제점이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지자체에서 효과성과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 등을 수년째 시행하고 있는데다 이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대안암병원 송재윤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의료정책포럼집’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의약 난임부부 지원사업, 안정성 없다=송재윤 교수에 따르면 우선 지자체의 ‘한의약 난임부부 지원사업’은 시험관 아기 시술에 대한 보조치료의 형태로 지난 2009년 대구광역시에서 시작된 이후 2016년까지 전국적으로 여러광역지방자치단체 및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을 반영해 자발적으로 시행됐다.

각 지자체마다 대한한의사협회 시도지부(분회) 또는 보건소의 주관 하에 난임 대상자에게 약제, 침, 뜸 등의 한방 치료를 3∼6개월간 제공했으며, 예를 들어 부산시의 경우, 참여 초기 3개월간의 한약 투여 및 이후의 주기적인 침구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약 처방 시 난임 치료율이 높다고 알려진 단일 처방 외에도 한의원의 재량에 따라 변동처방이라는 명목으로 자유롭게 한약 치료를 수행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

즉 사업참여 한의원 선정, 대상자 선정, 치료법 적용, 치료 결과 확인 등 사업 전반에 걸쳐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없이 임의대로 사업이 수행되고 있다는 게 송 교수의 주장이다.

송 교수는 “매년 한방난임사업에서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나, 적절한 연구디자인을 적용하지 않은 채 단순 비교 수치만을 나열하고 있다”며 “심지어 연구결과 보고서에는 대조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14, 2015년도 한방난입사업에서 사용된 17가지 처방에 사용된 63가지 약재 중 일부 임신 중 사용 시 기형을 증가시키는 약물로 보고, 자연유산 증가 약제도 포함됐다”며 “임신 중의 한약 복용은 그 효과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안정성 역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한의학 육성 조례, 임의 입법 한계 벗어나=아울러 송 교수는 ‘한의학 육성을 위한 조례’에 대한 문제점도 꼬집었다.

송 교수는 “서울시의회가 지난 3월 가결한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의 기반이 된 한의약 육성법에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약을 이용한 건강증진 및 치료사업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심지어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한의약을 활용한 건강증진 및 치료 사업’, ‘기타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등의 항목이 임의로 추가돼 있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추가적으로 조례안 제8조 역시 시책 마련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상위 법의 위임 입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서울시는 한의약 육성 관련 사업 전반에 걸쳐 충분한 안정성 및 효과성 검증이 되는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지자체 한방 사업 신중 검토 필수=이에 따라 송 교수는 지자체가 정책 시행에 앞서 객관적 근거와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지 신중한 검토는 물론 정책 시행 이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각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송 교수는 “지자체의 사업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치료가 진행된 것은 분면 시민들의 건강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행태”라며 “이는 보건복지부 차원에서의 대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이같은 사업 뿐만 아니라 한의학의 근본적인 평가와 제도적 규제가 뒷받침돼야한다는 게 송 교수의 입장이다.

송 교수에 따르면 가까운 일본의 경우 따라서 한방 치료는 기본적인 의학적 지식을 갖지 않으면 함부로 행할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 결국 무분별한 한방 약제 및 한방치료를 막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한의계는 지속적으로 의사들이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반대한다고 단순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한방치료 및 약제가 과연 국민건강을 정말 증진시키기 위한 것인지는 깊이 재고돼야한다”며 “지자체의 정책입안자들은 이러한 한방 친화적 정책이 과연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반문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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