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장관, “순차적 원격의료 추진” VS 의협, “의료는 대면진료가 기본 원칙”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히자 의료계가 또다시 강한 반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에선 지난 정권에서 원격의료를 함께 저지해왔던 현 정권에서 원격의료가 공식적으로 언급된데다 복지부 장관이 직접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앞서 박능후 장관은 최근 세종시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격의료에 대해 조건부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의료계가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의사와 환자 간 순차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원격의료, 대면진료 모두 의료인이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의료계와 납득하고 스스로 동참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야한다.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박 장관이 의료계에 원격의료를 함께 논의하자고 공식적인 제안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그동안 원격의료를 강력하게 반대해오던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료는 반드시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재차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기술의 발전으로 원격의료를 해야한다는 논리는 의료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의료는 기본적으로 대면진료가 원칙이기 때문에 원격의료가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장관이 ‘거동 불편자, 장애인들, 격·오지 거주자 진료 등을 중심으로 의료계와 상의를 통해 원격의료를 추진해보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의 접근이 잘못됐다는 게 정 대변인의 지적이다.

의료사각지대에 대한 문제를 원격의료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차량을 지원하는 등 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복지부 장관의 이번 발언으로만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IT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원격의료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차 밝히지만 원격의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의 본질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올해 초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 발의 된 바 있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섬·벽지(僻地)에 사는 사람 또는 조업이나 운송·여객을 위해 해상에 나가 있는 선원 등에게 원격의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같이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고, 의협과 달리 일부 의료계 내부나 병원계에서 원격의료를 찬성하고 있는 만큼 추후 정부가 어떠한 방향이건 원격의료를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평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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