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대 김희남 교수팀, 현상 기전 규명은 세계 최초-항생제 남용 억제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기전을 국내 의학계가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고대의대 김희남 교수

항생제는 세균 감염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세균과 장내 유익균도 함께 죽여 고혈압, 당뇨,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만성질환에 취약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존재한다.

의학계는 지난 10여 년 간 연구 끝에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만성질환의 중요한 근원이라는 사실은 밝혀냈으나 현상에 대한 기전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고려대 의대 김희남 교수(의과학과)는 장내 미생물에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이 항생제에 의해 초래된 불균형을 고착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의견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다시 말해 장내 미생물이 항생제에 노출되면 생존을 위한 긴축반응(stringent response)을 일으키는데, 그 결과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들이 늘어나 장내 미생물 구성에 심각한 왜곡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항생제 내성 세균들은 대부분 돌연변이(mutation)를 보유하고 있고 항생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오래 유지되는 성질을 보이기 때문에 왜곡된 미생물 구성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로서 연구팀이 규명한 장내 미생물 긴축반응을 통해 지금까지 미생물의 구성변화에만 국한돼 있었던 관련 연구 분야를 넓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만성질환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 생리학적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희남 교수는 “우리는 현대 의학 발전에 큰 토대인 항생제가 역설적이게도 장내 유익균을 죽이고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동안 간과해 왔다”며, “기본적으로 항생제의 남용을 막아야 할 것이며,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장내 미생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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