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설립요건 강화 진입차단-자진신고시 처벌 감면-비급여 몰수·추징
보건복지부 종합대책, 지역실정 잘아는 의료계 사전감시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정부가 사회적 폐해를 낳고 있는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기 위해 강도높은 종합대책을 마련, 발표했다.

진입단계에서 불법개설을 차단하고, 운영단계에서 신고적발을 강화하고, 적발될 경우 즉각 퇴출한 후 재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은 의사 아닌 사람이 의사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말하는데,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짓청구 등 1273건이 적발돼 1320억원의 불법 청구금액이 환수됐거나 환수 중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요 원인이며, 낮은 의료서비스 질로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종합대책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대응방향을 ‘사후적발’에서 ‘사전예방’으로, 진입단계에서 퇴출단계까지 전주기별 관리대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①진입단계에서 불법개설 사전차단을 중심으로 ②운영단계에서 전방위 감시체계 구축 ③퇴출단계에서 불법행위 반복 방지 등 단계별 대책을 마련했다.

◇불법개설 사전차단: 우선 의료법인 설립요건을 강화한다.

의료법인 임원지위 매매 금지를 명문화하고, 이사회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비율을 제한하며, 이사 중 1인 이상은 의료인을 선임하도록 추진한다.

또한, 의료법상 법인 설립기준을 구체화해 지자체별로 지침으로 운영 중인 법인설립기준을 조례화한다.

의료법인 설립에 대한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의료법에 반영해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법인설립허가 기준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사무장병원 개설에 악용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의료기관 개설권 제한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와 협의하여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의료기관 개설권을 삭제하고, 기존 의료기관 운영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역 실정을 잘 알는 시군구 의사회 등 지역 의사협회 등을 통한 사전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의료기관 개설 신고(허가)시 개설자(의료인, 법인)의 실정을 잘 아는 지역의사회 또는 병원협회의 사전검토(peer review) 등 지원방안도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전방위 감시체계 구축: 불법개설 의료기관 예측‧감지시스템을 고도화해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기로 했다.

이미 적발된 사무장병원의 특징 분석을 통해 개발한 78개 예측·감지 표준지표를 반영해 기존 불법개설기관 감지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한다.

또한 복지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활용한 전담 단속체계를 마련하고 검찰, 경찰, 금감원 등과 수사협력체계를 정립하여 사무장병원 적발율을 높이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으로 복지부 공무원에게 사무장병원 수사권이 부여됐다.

자진 신고시 처벌을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리니언시’ 제도를 의료인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인제도 악용 등 사무장병원의 고도화·지능화로 내부정보 없이는 적발이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사무장에게 면허를 대여한 의사가 자진 신고시 의료법상 면허취소 처분을 면제하고,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감면제도를 한시적(3년)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무장병원에 면허대여한 의사가 자진해 위반사실을 신고하면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골자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윤종필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아울러 사무장병원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병원 경영의 폐쇄성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 회계 공시제도의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협의해 예비의료인 및 의료인 (보수)교육을 강화하고, 협회 신고센터 운영 활성화 등과 함께 건강보험 신고포상금 상한을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일반인들이 사무장병원의 폐해와 특징을 쉽게 알고 신고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안내)자료 등을 마련해 보건소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불법행위 반복 방지: 사무장병원 조사 거부 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의료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강화하기로 했다.

불법개설자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한다.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를 대여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 최도자의원 의료법 개정안 발의)하고 사무장에 대한 형기를 상향조정(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천정배의원 의료법 개정안 발의)하는 법률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당이득 환수도 강화된다.

모든 사무장병원 유형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근거를 마련하고 지급보류 시기를 현행 수사결과 통보시점에서 수사개시 시점으로 앞당기며 환수결정 이후 별도 독촉절차 없이 체납처분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환수처분의 실효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행정처분 개시 전후 의료기관을 양도하는 경우 처분의 효과가 양수인에게 승계되도록 해 고의적인 처분 면탈을 방지할 예정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대상 범죄에 사무장병원을 추가해 사무장병원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몰수‧추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된 원인일 뿐만 아니라 낮은 의료서비스 질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함에도 수법의 지능화, 고도화로 적발이 쉽지 않은 만큼 개설단계에서부터 사전예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번 종합대책을 계기로 의료인 및 국민들이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잘 알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의료인들이 사무장병원의 고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진신고 감면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대책의 이행점검을 위하여 특사경팀을 운영하고 각 제도개선 추진상황을 점검 관리할 계획이며 제도개선 전후 사무장병원 적발건수, 부당이득 환수율 등을 비교분석하여 그 효과를 검증하고,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사항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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