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설치 최소 7일 소요…경영손실-환자신뢰 훼손 등 부담 가중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30병상 이상 병원급 및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 의무화하는 입법예고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방시설 설치를 위해 최소 1주 이상 의료기관을 폐쇄해야하는데 이 기간동안의 경영적 손실에다 환자와의 신뢰도 훼손 등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6일 “소방청은 병의원에 ‘직접’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입원환자 보호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월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화재 발생 원인은 원내 푸드코드 피자가게 화덕에서 번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7일 소방청에서 발표한 본 입법예고는 거동불편환자 등이 이용하는 병원급 및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입원실에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시설 설치를 강제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을 도외시하고 규제만 강화하려는 탁상공론 행정의 전형이라는 게 의협 측 지적이다.

의협은 “개설 당시의 시설설비 상태를 허가해놓고 이제 와서 소급적용해 예외 없이 입원실을 보유한 모든 병의원에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라며 “설치기간 동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통원치료나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도 극심한 불편함과 건강악화가 유발될 수 있어 결국 신뢰도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또 의협은 “게다가 병의원들 대부분이 소규모 상가의 세입자인데 스프링클러 설치로 큰 공사가 수반돼야한다면 건물주와의 마찰이 불 보듯 뻔하다”며 “결국 이같은 입법 예고는 영세한 의원과 중소병원을 폐쇄하거나 입원실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협은 집합건물 내 의료기관에만 소방시설을 별개로 설치하는 것이 화재예방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책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실효성 있는 결과를 생각한 소방시설법이라면 병의원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병의원이 입점해있는 건물 전체를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으로 적용시켜야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입원실이 있는 병의원의 경우 야간 당직자도 있는 만큼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사고에 따른 응급대처에 오히려 더 안전한 업종이라는 것.

이에 의협은 현재 소방시설법 입법예고 즉각 취소를 전제로 △소방시설 설치 비용과 진료공백에 대한 손해비용 정부 지원 △소방시설법 소급적용 사례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의협은 “소방청이 협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동 법안을 강행할 경우에는 사유재산 침해행위로 판단해 법적인 조치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이로 인한 환자와 국민 피해는 온전히 소방청에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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