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지속적 통증 호소와 가시적 증상 불구, 위험 방지와 의료상 처치 등 주의의무 위반”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폐쇄성 동매경화증 수술 후 혈관초 제거에 따른 조치 등에 있어 의료진 과실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환자의 가족이 병원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손해배상 책임은 70%로 결정됐는데 수술 자체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망인이 진성적혈구 증가증 등을 앓고 있었던 점은 있지만, 지혈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조치와 지속적 통증 호소와 가시적 증상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폐쇄성 동맥경화증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A씨의 부모가 B병원 재단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에 이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5년 9월 B병원 응급실을 내원해 폐쇄성 동맥경화증 판정을 받은 A씨를 상대로 의료진은 혈관 도플러검사와 동맥경화검사 등을 실시했고 항응고제인 헤파린과 와파린을 투여하면서 항응고치료를 시작했다.

A씨를 상대로 시행된 수술은 왼쪽 허벅지를 천자해 막힌 혈관 쪽으로 대퇴동맥 혈관초를 삽입한 후 혈관조영을 위한 카테터, 혈관확장을 위한 스텐트를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혈관초를 제거하자 A씨는 배의 통증과 복부팽만 등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진통제를 처방했으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제거 부위에서 침출현상이 일어났으나,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어진 CT 검사 결과 복막외강에서 큰 혈종이 발견됐으며 혈관조영술을 다시 시행했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혈관초 제거에 따른 출혈 위험성이 높았던 망인에 대해 혈액응고검사를 시행한 후 안전한 제거시기를 결정하고, 제거 과정에서도 출혈이나 합병증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지혈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검사의무나 지혈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지속적 통증 호소와 가시적 증상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하지만 수술 시행 자체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망인이 진성적혈구 증가증·뇌졸중·만성신부전을 앓고 있었던 점, 수술 목적과 내용 그리고 의료상 과실의 정도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책임비율을 7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2심 재판부도 “병원 의료진이 혈관초 제거 부위의 충분한 압박을 시행한 뒤 지혈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조치를 미흡하게 해 이로 인해 망인의 천자부위에서 복막외 출혈이 유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이 종료된 직후 천자부위는 깨끗한 상태였고 허벅지에서 혈관초를 제거한 뒤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부위를 압박하고 당시 침출현상은 나타나지 않은 사실 등은 인정하지만 이후 활력징후나 증상, 건강상태를 세심히 관찰해 증상에 따른 적절한 의료상의 처치를 시행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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