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개원가 환자 문의 빗발쳤지만 답변 못해…“정부 대책없는 발표 뒤늦은 조치”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가 사용된 고혈압치료제에 대한 판매중지 조치를 내리자 지난 9일 개원가 일선에서 혼란을 겪었다.

식약처에서 관련 약에 대한 환불 조치 등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판매중지 조치만 내리면서 고혈압약을 처방하는 일선 개원가에 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문제는 정부로부터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한 의사들이 환자들의 문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식약처에서 ‘의사와 상의해 달라’라는 안내만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의약품안정청(EMA)은 지난 7일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발암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하고 회수하면서, 식약처도 고혈압 치료제 219개 품목도 잠정 판매 중지 및 제조와 수입 중지했다.

이후 식약처는 현지조사를 통해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104개 품목에 대한 판매, 제조 중지를 해제하고, 115개 품목은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를 유지시켰다. 복지부에서도 해당 약품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약제급여를 잠정 중지했다.

한 내과 개원의는 “의사, 제약사와 사전에 논의를 통해 안내 사항을 조율하고 발표해야했지만 갑지기 발표하면서 개원가의 혼란만 가중됐다”며 “행정적으로 판단을 잘못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식약처에서 허가해 준 약인데 잘못됐다고 하니 이제와서 의사들에게 후속 책임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도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외과 개원의는 환자들의 줄기찬 문의 때문에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이 개원의는 “월요일 아침(7월 9일)에 환자들이 약을 바꿔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며 “하지만 정부에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아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즉 고혈압 환자들의 약을 계속 복용해도 되는 것인지, 복용하는 약이 중지된 약제인 것인지에 대한 문의가 줄기차게 이어졌지만 의사들은 제대로된 답변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개원가의 혼란이 계속된 가운데 정부는 9일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의약품에 대한 환불 절차 없이 종전에 처방, 조제를 받은 기관으로 한정해 재처방, 교환 시 별도 본인부담금 발생은 없도록 안내했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할 시 처방을 변경한 뒤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방문해 의약품을 교환하면 되며, 직접 약국을 방문할 시에는 의약품을 교환한 뒤 의사에게 사후통보를 하면 된다.

대학병원 한 교수는 “당초 식약처에 자세히 확인도 하지 않고 보조원료로 중국산을 등록한 경우 무조건 리스트에 올렸던 것도 문제”라며 “우선 처방의사에게 문의하라고 안내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한 내과 개원의는 “주말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판매 중단, 급여 중지까지 환자들의 문의로 정신이 없었다”며 “뒤늦게 대처방안이 나왔는데 행정기관이 대책없이 발표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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