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의료 전문직(medicine as a profession)이란 전문적인 지식과 술기를 가지고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이때 의사의 모든 의료행위 속에 내재되어 작용하는 것이 의학 전문직업성이다.

의학 전문직업성이 왜 필요한지 알기 위해서는 의학 전문직업성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의학 전문직업성은‘Medical Professionalism’ 을 우리말로 표현한 것이다.

의학 전문직업성을 의학 직업전문성, 의료 전문가주의 또는 의료 전문가정신 등으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격론 끝에 의학 전문직업성으로 합의하여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의학 전문직업성은 모든 의료행위 속에 의학 고유의 가치와 본질을 올바로 회복하기 위해 나타난 개념으로, 간단하게 정의하기가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의료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어떤 의료행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고, 환자 진료에 적용시키는데 필요한 역량의 집합체다. 의학 전문직업성이 지닌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이타심(altruism)과 인격적 통합성(integrity)이다. 이 두 가지 특성은 사회가 의사를 믿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믿음의 기초를 이룬다.

‘이타심·인격적 통합성’ 신뢰 기초

이타심과 인격적 통합성이 무너지면 의학 전문직업성이 훼손된다. 의학과 의술의 본질이 변질되어 버려 환자와 의사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크게 두 가지 요인이 현대 의사와 미래의사의 의학 전문직업성을 위협하고 있다. 하나는 윤리적 성찰없이 받아들이는 의과학 기술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효율만 강조하는 의료관리 기법이다. 의료행위 안에 내재된 이타심과 인격적 통합성이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다.

윤리적 성찰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의과학은 의사들의 전문직업성을 위협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의료 각 영역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의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의학발전에 큰 기여를 하겠지만, ‘의술은 이타심과 인격적 통합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행위’라는 개념에서‘단순히 과학지식의 적용으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의학이 가지는 고유의 내적 가치와 전문직업성이 위협받고 있다.

의사 전문직업·정체성 위협 받아

다른 하나의 위협은 의료관리 기법이다. 의료관리는 조직관리 및 재무기법을 이용하여 의학을 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며, 효율적으로 만들려는 선의의 노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관리 기술이 진료 질을 평가하고 향상시키는데 일조하는 이면에는 단지 의료를 경영기술로 다룰 수 있다는 교만에 빠지게 한다. 의사들이 전문직으로서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전문직업성을 위협하고 있다. 의학을 응용 기술 내지는 표준화된 서비스 전달 체계로만 잘못 이해하게 할 수 있다. 질과 내적가치를 양으로 환산시켜 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된 시각은 의학의 격을 떨어뜨리고, 전문직업성이 표현될 여지를 축소시켜 버린다.

급속하게 발달하는 의학과 함께 의사에게 기대하는 일반 대중의 기대치는 무한대로 커져가고 있다. 일반 대중은 무엇보다도 환자 치유를 위해 책무를 다하고 능숙하면서도 사려 깊은 의사를 원한다. 의사로서 살아가기 녹록치 않은 시대가 되고 있다.

윤리적 성찰없는 의과학 기술의 도입을 막고, 효율성만 강조하는 의료경영기법 도입을 조절해야 한다.

사물을 움직이고 다루는 것이 정신이고, 그 힘은 올바른 개념 체득으로부터 온다. 의학의 본질적 가치를 유지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전문가적 정체성 확립은 의료 전문가정신으로 일컬어지는 의학 전문직업성으로 무장할 때 이루어진다. 의사들이 교육을 통해 의학 전문직업성을 배우고 체화해야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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