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치과-간호계 연대 경찰청 앞에서 재발 방지책 마련 촉구
의협, 조만간 경찰청장 면담 ‘의료인 폭행사건 대응 매뉴얼’ 마련 요구키로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기관내에서 환자가 의료인을 폭행하고, 살해까지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가 또다시 길거리로 나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의료기관내 폭행사건은 단순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나 치과의사들도 그 심각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8일 오후 2시 서대문 인근 경찰청 앞에서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의협이 8일 오후 2시 서대문 인근 경찰청 앞에서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치과계, 간호계 등 의료인 모든 직역에서 약 800여명(의협 추계, 경찰추계 400명)이 참여해 정부, 국회, 국민들에게 의료기관내 폭행의 심각성을 알렸다.

지난 1일 전북 익산병원 응급실에서는 술에 취한 환자가 의사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피해 의료진은 현재 뇌진탕, 목뼈 염좌, 코뼈 골절, 치아 골절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주지방법원은 6일 ‘가해자의 범행의 중대성이 크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으며, 가해자는 오는 9일 군산교도소로 이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규탄대회에 참여한 의료인들은 △의료기관 폭행 발생 환자생명 위협한다 △반복되는 의료폭행 국민건강 무너진다 △국민건강 지켜내는 보호대책 마련하라 △의료기관 폭행사범 관용없이 처벌하라 △폭행사범 처벌법령 엄격하게 개정하라 △재발발생 막기위해 벌금형을 폐지하라 △폭행사범 자동수사 발생 즉시 수사하라 △의료기관 폭행사범 건보자격 박탈하라 △폭행없는 의료환경 국민 건강 지켜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

최대집 회장

최대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범의료계는 이제라도 힘을 모아 의료기관내 폭력에 적극 대응해야한다”며 “이번 규탄대회를 계기로 보건의료인이 법과 원칙에 따라 안전한 진료환경에서 환자 건강에 매진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고 사법기관의 관행이 전향적으로 개선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건의료인은 현행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상 보건의료인 폭행 사건에 대한 벌금형을 삭제해 처벌을 강화하고,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의료기관내 폭행사건이 절대로 우리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법률로서 입법돼야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조만간 경찰청장과 면담을 통해 의료인 폭행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의료인 폭행사건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것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이유없이 당하는 폭력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되고,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보건의료인 폭력사건 수사 매뉴얼이 조속히 마련돼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전문학회에서도 이번 규탄대회에 참여해 보건당국에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경원 섭외이사(서울백병원)는 “사실 하루라도 주취자의 난동이 없는 날이 없다시피 한 것이 우리나라 응급실의 현실”이라며 “안전한 응급의료 환경만이 응급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라도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응급의학과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어야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가 더욱 빠르고 안전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치과계-간호계도 의료기관내 폭행 심각 공감=특히 이날 규탄대회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단체장과 병협 사무총장이 참여해 의료인 폭행이 환자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힘을 보탰다.

치협 김철수 회장(왼쪽)과 간무협 홍옥녀 회장(오른쪽)

우선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수 회장에 따르면 치과계도 환자가 치과의사를 살해하거나 흉기로 난동을 벌이는 등 단순 폭행을 넘어 진료현장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회장은 “의료행위 중 폭행-협박에 대한 가중 처벌법이 개정돼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수사당국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통해 다시는 의료기관내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3만명의 치과의사들도 더 이상 진료실의 상해 및 폭행사건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의료기관내 폭행이 근절되는 그날까지 범의료계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의료기관내 폭행에 대한 고충은 간호조무사들도 마찬가지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은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들도 약 26.1%가 의료기관내에서 폭언, 물리적 폭행, 성폭력에 해당하는 폭력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응급의료법 개정을 통해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의료기관내 폭력은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의료기관내 폭력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이라며 “의료기관내 폭력은 보건의료인뿐 아니라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사회악으로 반드시 척결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규탄대회에서 의료인 폭행 관련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던 법원의 선고 사례를 홍보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날 의협은 규탄대회에서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퍼포먼스도 진행했으며, 결의문을 통해 △경찰 미흡한 초동대처 즉각 사과 △재발방지 위한 사법당국 엄격한 양형 구형과 판결로 일벌백계 △정부 보건의료인 폭력 근절 위한 지원 방안 즉각 마련 △국회 보건의료인 폭력 가중 처벌하는 입법 등을 촉구했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폭력에 좌우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며 “이번을 계기로 재발되지 않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는 변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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