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본격적인 16강 토너먼트에 돌입했다. 세기의 라이벌인 호날두와 메시의 월드컵 무대가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슬픔과 지옥·천당을 오갔던 한국대표팀의 경기력, 스페인으로 대표되는 점유율 축구시대 종말과 특히 ‘VAR’ 최초 도입으로 울고 웃는 국가들이 속출한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은 축구 경기에서 카메라가 찍은 영상으로 경기 과정을 판독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골라인 판독시스템인 ‘호크 아이’를 비롯해 첨단 기술의 발전된 도임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심판은 신이 아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하나의 격언처럼 언급되는 말들이 구시대적인인 유물로 그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곧장 치명적인 요소들이 속출했다. 제대로 된 골세레머니도 할 수 없게 만들며 축구 특유의 감동과 박진감을 가져오는 템포를 끊는다는 이전부터 제기됐던 지적, 페널티킥의 급격한 증가와 일부 유럽국가에 유리한 판정들이 나오며 비판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반칙 모두를 분석할 수 없다는 현실적 부분과 또 결국 주심만이 전적으로 이용하며 최종 결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일부 경기에서 보여줬듯이 VAR이 시합 자체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료기기 분야를 문득 떠올렸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뜨거운 의료 부문 디지털 접목에 검증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까지 하는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선급여 후평가’는 커녕 일종의 심판 역할을 하는 식약처에 허가를 받고도 판매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중규제와 같이 안타까운 사례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꾸준히 업계에 고통을 주고 있는 신의료기술평가가 대표적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기에 수년간에 사용시간이 필요한 의학적 근거를 넣어야하는 모순적 행태로 진입이 자체가 늦어지고, 소통과 투명성이 없는 가운데 업계가 경쟁력을 어떻게 도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콘텐츠에 앞서서 의료기기 시장 자체에 영향력을 미쳐서는 안 된다. 한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혈당측정기에 USB를 달고 수년에 걸쳐 가까스로 허가를 받고 축하했더니, 요새 누가 USB를 쓰느냐 이제는 블루투스 시대인데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웃지 못 할 한마디도 전했다.

이미 세상은 거대한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에서 4차산업 혁명 등 새로운 혁신이 도래하며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이기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말이다.

사람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리고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실컷 세레모니를 하고난 뒤에 선수(업체) 더 나아가 팬(실사용자)들을 바보 만드는 그런 VAR이라면 없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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