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6시간 지난 환자 중 42%에서 치료 효과 있음 입증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급성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의 골든타임이 지나도 ‘혈관 재개통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골든타임 6시간이 지난 환자 중에서도 42%에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

뇌경색은 뇌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 뇌세포가 죽는 질환으로, 뇌가 ‘질식사’하기 전에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뇌혈관이 막히는 시점부터 분당 약 백만 개의 뇌세포가 사망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병원에 도달해야 하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실제 권장 치료 지침에서는 약물을 통해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이는 치료는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 안에, 관을 삽입해 물리적으로 혈전을 제거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치료는 6시간 안에 시행해야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증상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치료가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역시 의료계에 알려져 있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기존 뇌경색(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으로 알려졌던 ‘6시간’이 지난 후에도 관련 검사 결과에 따라 혈관 재개통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골든타임이 지난 후에도 뇌세포가 사망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 즉 뇌경색 증상은 있으나 뇌세포가 죽기 전인 단계의 뇌세포가 많은 경우 치료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핵심 설명이다.

김범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뇌경색으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중 질환의 증상 발생 후 6시간 뒤에서 12시간 이전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 NIHSS(뇌경색 점수)가 6점 이상인 환자 등 객관적 변수 비교가 가능한 11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치료 3개월 후 뇌졸중 환자의 일상생활 의존도 평가점수 분포

연구팀은 MRI 검사를 통해 ‘뇌 혈류가 감소하여 뇌 기능이 일시 정지한 부분’과 ‘이미 뇌경색이 진행되어 뇌세포가 사망한 부분’을 비율로 계산(mismatch ratio)해 전자가 후자보다 약 80% 이상 많은 환자 60명에 혈관 재개통 치료를 진행했고 이 중 42%에서 합병증이 감소하는 등 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랭킨 점수(modified Rankin Scale)’라고 불리는 뇌졸중 환자의 일상생활 의존도 평가점수를 확인한 결과에서도 치료 시 성과가 두드러졌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 환자(mRS=0)의 비율은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16.7%,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서 2%로 8배 이상 큰 차이를 보인 것.

이와 관련 김범준 교수는 “최근 국제 연구에서도 골든타임이 지난 환자에게 혈관 재개통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고 이번 연구 결과도 그러한 경향성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관 재개통 치료는 뇌출혈 등 심각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경학, 신경외과학, 영상의학, 재활의학 등 검사 결과를 다학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병원에서의 치료를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신경과 잡지 ‘뇌혈관질환(Cerebrovascular Diseases)’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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