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전문직(Profession)로 알려져 있는 의사직종은 단순한 직업(occupation)을 넘어 특별한 소명을 가진 천직(vocation)이라고 한다. 의사가 전문직으로서 갖추어야 할 3가지 요소는 의학 전문지식(medical knowledge)과 전문 술기(medical technique) 그리고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이다.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가 될 때 좋은 의사, 존경받는 의사가 되어 국민들에게 전문가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 3가지 요소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Good Doctor가 되지 못한다. ‘의사는 평생 공부해야한다’는 말을 들어 왔다. 정확한 의학지식을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하고, 기본 술기와 새로 개발되는 술기를 습득해야 한다. 의학지식과 술기가 진료현장에서 잘 표현되고 펼쳐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의학 전문직업성’이다.

‘의학 전문직업성’이라는 용어보다는 ‘메디컬 프로페셔널리즘’이 더 친숙한 사람도 있고, ‘전문직이념’ 혹은 ‘전문가주의’로 표현하는 분도 있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의사다움”이라는 말이 더 쉽게 다가온다. 교수는 교수다운 면모를 갖추어야 하고, 법관은 법관다운 면모를 갖추어야 하는 것처럼 의사는 의사다운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외부 사람들이 의사들을 신뢰하고 인정하도록 전문가답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총체적 개념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의사는 전문직으로서 독보적인 역할과 지위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사조는 탈프로페셔널리즘 흐름을 가속화하여 전문직의 입지를 점점 좁게 만들고 있다. 의과학 발달과 함께 의사 역할과 의학 개념이 재정립되고 있다. 어떤 역할은 새로 생겨나고, 어떤 역할은 없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대변혁 속에서 의사들이 의학 전문직업성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의사라는 직종은 전문직 부류에서 제외 될 지도 모른다.

고대 히포크라테스 전집부터 내려온 의학 전문직업성 개념이 학문적으로 구체화되어 의학교육에 들어온 것은 불과 40여년의 짧은 시간이다. 사회학자로부터 의사들의 권익과 특권을 유지하고 방어하는 이념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의료의 이타적 성격을 담은 전문직 윤리(Professional Ethics)를 표현하고 실천하기에 가장 좋은 개념이다. 의과대학에서 의료윤리가 도입된 지 30여년이 되었다. 하지만 전문직 윤리에 기초한 의학 전문직업성에 대한 인지적 교육과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의사가 되기 원하는 학생부터 의대생과 전공의, 의대교수, 개원의와 봉직의사 모두 의학 전문직업성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함께 공감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1년 동안 ‘이명진 원장의 의사바라기’ 칼럼을 통해 의학 전문직업성에 대해 함께 공부하기 위해 글을 시작한다. 핵심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 잘 전달되도록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글을 써가려고 한다. 글을 크게 5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의학 전문직업성의 정의와 역사 △사회계약 △자율규제 △대중 속에 전파하기 △연수교육과의 관계에 대해 5개 주제로 대별하였다.

연세대 이비인후과학교실 고 이원상 교수님은 “지식은 공유할 때 의미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짧은 교훈이지만 강하고 깊게 뇌리에 남아 있다. 일천한 지식이지만 지상과 인터넷 신문을 통해 동료 의사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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