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회측 ‘의협 급여화 논의보다 협상창구 단일화 집착’ 지적
의협, "학회 의견 충분히 반영-들러리 표현은 적절치 못해" 반박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 일각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와의 협상창구 단일화라는 명분으로 전문학회를 들러리 세우고 있다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협, 관련 전문학회,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뇌-뇌혈관 MRI 급여화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문제는 이날 회의가 복지부와 의협이 전문학회의 의견을 취합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의협이 협상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는 소모적인 회의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문학회는 대부분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우두커니 있었다”며 “의협은 급여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보다 협상창구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의협의 단일화 논의 때문에 사실상 전문학회들은 입장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며 “본인도 그렇지만 의협에서 학회 위원들을 들러리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A학회 위원은 ‘의협에서 준비를 하나도 안한 것 같다’라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협이 복지부와의 협상창구 단일화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의협과 복지부는 언제나 카운터 파트너였다는 점에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과 의학회는 언제나 하나였다. 언제부터 분리돼 있었느냐”며 “의협이 항상 학회의 의견을 수렴해서 복지부와 논의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미 창구는 단일화됐다고 봐야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현재 의협 집행부가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기존 의협의 위상을 스스로 깍아먹고, 마치 없던 권한을 쟁취하는 과정처럼 보인다”며 “의협 패싱을 의식해 협상창구 단일화를 구걸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즉 최대집 집행부가 강경투쟁 노선으로 대응하다가 의협 패싱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이제와서 정책 파트너로 인정해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라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또 다른 의료계 한 임원은 “의협에서 주장하는 단일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의협이 병협과 의학회 등 모든 의료계 단체를 아우르겠다는 모습보다 최대집 회장이라는 상징성으로 단일화하겠다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의협에서는 이같은 주장들은 비난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의협이 학회를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회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학회간 의견차를 조율하기 위해 서로 협조하는 의미”라며 “단일화 과정에서 협회의 의견이 많았을 뿐이지 학회를 동원했다는 표현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복지부라는 공권력에 직접 접촉하다보면 학회의 현실적인 입장을 반영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협이 함께 의견을 조율하고 반영하자는 취지인데 비난하는 의도에서 이러한 악의적 표현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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