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참여기관 낮은 수가 인건비 감당도 어렵다” 회의적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 “의료 현장 목소리 정책 반영”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정부에서 추진중인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에 대한 의료현장에서의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면서 내년부터 예정 된 단계별 본 사업에 대한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에선 기능회복 시기에 집중재활을 통해 장애 최소화를 도모하면서 조기 재택 복기를 돕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말까지 전국 거점 재활의료기관 15곳(1,500병상)을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해 운영해오고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 질환 확대 및 새로운 형태의 수가 모델을 적용하여 본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9년-2021년(1기)에 20개소 3000병상, 2022-2024년(2기) 50개소 7000병상, 2025년 이후(3기) 100~150개소 1만5000병상-2만5000병상으로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

그러나 시범 사업에 참여중인 상당수 재활병원들은 낮은 재활수가와 지나친 규제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본 사업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의 수가 형태 및 지원체계로는 인건비조차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전국 15곳의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온 대한재활병원협회 우봉식 회장은 “시범사업 참여 기관들이 처음에는 자랑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선정된 것을 후회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으로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가에 사업 평가를 위한 과도한 자료 요구 등에 따른 업무 과중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실제 의료현장에선 정부에선 당초 입원료 삭감을 유예하기로 한 기간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예를 들어 뇌질환의 경우 기능 개선이 입증될 경우 6개월 입원기간에 3개월을 추가해 연장해주기로 했으나 이는 사문화되고 일률적으로 6개월이 되는 시점부터 입원료를 삭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회복기 집중재활치료 시범사업 대상 환자 중 다수가 재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아야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둘 간에 유기적 관계가 전혀 없어서 시범사업 대상 환자에 대해 재활병원 시범사업 입원료를 받을지 재활 간호간병통합수가를 받을지 혼란스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우봉식 회장은 “재활병원 회복기 입원료 수가와 간호간병통합수가의 운영 주체가 심평원과 건보공단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데 복지부가 나서서 두 수가의 통합 적용을 위한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범사업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회의체가 운영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회의체가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이다. 학회 중심의 자문회의가 운영되고 있으나 대부분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들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잘 모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회복기 재활의료체계의 핵심은 기능회복과 사회복귀인데 정부 차원에선 이 부분에 대한 관심 보다는 치료실 면적이 얼마이고 의사, 간호사, 치료사를 몇 명 둘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정된 치료실 내에서 치료를 하는지 여부를 중요시 하지 않고 실생활에서 기능회복 상태를 적용하는 지를 더 중요시 판단한다는 것이다.

회복기 재활병원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너무 강한 인력 기준을 요구하면 자칫 제도 자체가 공전할 수 있다며, 현재 정부가 검토중인 인력기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 소재 재활병원 통합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

일본이 현재 회복기 재활병상이 8만 병상인데 인구비율로 따지면 우리나라에는 최소 3만 병상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활의학과 전문의에 환자 40명당 1인으로 하면 750명이 필요한데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현재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숫자를 다 합친 수 보다 더 많이 필요로 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일본도 회복기 재활병원의 재활치료가 1일 최대 9단위까지 이지만 유지기 요양병원은 1일 최대 6단위 까지 허용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우리나라도 단계적으로 인력 기준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회복기 치료 대상 질병군의 확대에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회복기 재활병동의 통계자료를 보면 2001년 회복기재활병동 입원 환자 중 뇌혈관계 환자가 70.8%, 정형외과계 환자가 15.1%였으나 2015년에는 각각이 뇌혈관계 47.3%와 정형외과계 44.0%로 조사되는 등 인구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치료 대상군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퇴골절 등 정형계 환자가 급증하게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치료 대상 질병군을 결정해야 되는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은 “정부가 내년 목표로 하는 본사업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현장의 제반 문제점을 듣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강력히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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