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정부 간 사회복지 협력 MOU 체결 일환 각종 시범사업 착수 눈앞
분당서울대·세브란스, 모스크바 진출해 원격의료·건강검진센터 설립 등 추진 예정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세계인의 축제 ‘2018 FIFA World Cup Russia(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의 고군분투가 한창인 가운데 국내 대표 병원들이 ‘보건의료 국가대표’로서의 면모를 러시아에 보여주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을 계기로 모스크바를 방문, 한국과 러시아의 양국 정상 임석하에 ‘러시아 노동사회보장부 장관과 사회복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양해각서에는 양국의 사회복지 정책 및 프로그램, 사회보장서비스, 연금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주목할 점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대한민국의 대표 의료기관들이 참여하는 보건의료 분야 사업들이다.

우선 세브란스병원은 러시아 시스테마그룹 및 산하 메드시병원그룹,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와 모스크바 롯데호텔 내에 VVIP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형 건강검진센터 설립 협력 MOU’를 체결했다.

시스테마그룹은 1993년 설립된 금융, 정보통신, 에너지, 제약,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으로 산하에 러시아 민간의료를 선도하는 메드시병원그룹 39개를 소유하고 있다.

러시아 RDIF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러시아 대외경제은행(VEB) 산하에 설립한 자본 100억 달러의 공공펀드이다.

또 다른 보건의료 국가대표가 될 예정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사업은 좀 더 구체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모스크바시정부의 스마트병원 MOU와 관련해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사진 오른쪽에서 3번째)이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분당서울대병원은 모스크바 스콜코보 국제과학기술특구 내에 종합병원급 특성화센터(스마트병원)를 설립하기로 모스크바 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서 분당서울대병원은 모스크바 의료인 연구(2012~2017년, 100명)를 통해 모스크바시와 신뢰관계를 구축해왔으며 러시아 상업 부동산 1위 그룹인 ‘타쉬르 그룹’으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기관별 역할을 살펴보면 모스크바시가 병원 부지를 제공하고 국제의료클러스터 재단은 분당서울대병원의 국제의료특구 입주를 지원한다.

타쉬르 그룹의 경우 약 3000억 원을 들여 병원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재무투자에 나서며 분당서울대병원은 병원 설립 자문과 위탁운영, 의료인 교육 등을 맡는다.

설립될 병원은 약 300병상 규모의 첨단 종합병원으로 암, 심장, 뇌신경, 관절, 재활 등을 진료과목으로 한다.

특히 연방특별법에 따라 OECD 국가의 의료인 면허와 신약 및 의료기기 등도 제한 없이 도입 가능해 병원뿐만 아니라 유관 산업의 동반 수출이 가능해 큰 기대를 모을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콜코보 재단과 모스크바시의 각종 위원회에서 이미 승인됐으며 모스크바시와의 MOU 이외에 실무 추진 협의체 구성을 위해 분당서울대병원과 모스크바 국제의료특구(IMC) 재단, 타쉬르그룹 사이의 3자간 업무협약도 체결된 상황이다.

즉, 세 기관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첨단병원 건립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병원건립 사업준비단’을 꾸렸고 국제의료특구 건물 내에 사무소도 개소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할 예정인 것.

디지털 헬스케어 시범사업과 관련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나기영 대외협력실장(사진 오른쪽)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아울러 분당서울대병원이 주관하는 ‘러시아 e-health 시범사업; 한국형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및 서비스 러시아 진출 시범사업’도 주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외에 사업 수행자 중 한 기관으로 주식회사 KT가 참여하며 약 4억3600만원(최초 사업 개요 시 공개된 금액, 국고 2억7300만원, 자기부담 1억6300만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러시안 레일웨이즈(Russian Railways) 제1중앙병원(거점병원), 지역병원 5개소, 시베리아 횡단열차 1량 간 한국형 디지털헬스케어 패키지 기반 원격의료 및 응급의료체계 구축·운영이다.

거점병원과 지역병원 간에는 모바일 진단기기, 의료데이터 관리 플랫폼 등의 시스템이 구축되고 지역병원에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거점병원과의 원격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어 거점병원과 열차 간에는 횡단열차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응급환자 등에 대비해 열차 내 원격의료 부스를 설치하고 이를 활용해 거점 병원과의 원격협진이 실시되도록 하는 것이 최초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해당 서비스로 모바일 진단기기를 통한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당뇨, 전립선암 등을 진단하거나 간단한 초음파 검진 적시 시행, AI영상진단솔루션 적용, 엑스레이 사진 활용 검사 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상훈 병원장은 “지식기반사회에서 ICT 기업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협업했을 때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동반진출 모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 같은 국내 대표의료기관들의 적극적인 러시아 진출에 현지 관계자들도 고무된 분위기다.

소뱌닌 세르게이 모스크바 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혁신적 운영모델을 도입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특히 새롭게 설립되는 미래형 스마트병원이 분당서울대병원과 같은 세계적 의료기관으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대표급 의료기관들의 러시아 진출에 의료계 일각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유치 중심에서 벗어나 한국의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전파하기 위한 병원 주관 현지 사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큰 성과”라며 “이밖에도 북한과의 관계 등 급변하고 있는 세계정세 속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해야 할 역할이 많아지고 있어 이번 사업들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아야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대형병원들이 2차, 3차 진출을 꿈꿀 수 있을듯 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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