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전국 수련병원서 중앙중계·화상회의 방식 동시 공동 결의문 발표
전공의 당 환자 수 조정·명확한 환자 안전 수련업무지침 개발 등 내용 담아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 이후에도 변하지 않고 있는 수많은 의료계의 관행에 전국 전공의들이 한날한시에 동일한 목소리를 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이대목동병원 한 사람의 전공의를 위한 것도 아닌, 의료진으로서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도 아닌, 그동안 약자의 위치에서 말할 수 없었던 문제들에 대해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환자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안치현)는 7일 오후 12시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한 전국 전공의 집담회 및 결의문 낭독’을 개최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150여 명이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한 전국 전공의 집담회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특히 이번 집담회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이대목동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건국대병원, 중앙대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아주대병원, 전북대병원, 계명대병원, 을지대병원, 단국대병원, 원광대병원, 강원대병원, 인제대서울백병원,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광명성애병원, 고신대복음병원, 한일병원, 고려대의과대학 등 24개 전국 수련병원에서 동시에 진행돼 주목됐다.

즉, 각 수련병원 별로 공지된 각기 다른 장소에서 중앙 중계와 화상 회의 방식으로 전국 전공의들의 공동 집담회가 실시된 것.

실제 이날 서울대암병원 서성환홀에 모인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만 150여 명에 달했다.

전국 전공의들은 결의문 낭독을 통해 안전하고 올바른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4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와 관계기관 등에 호소했다.

우선 환자 한 명의 얼굴을 자세히 볼 시간조차 부족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전공의 한 명당 진료량을 제한해야 환자도, 전공의도 안전해질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전공의가 누구의 지도하에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알고 불가능한 역할을 강요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명확한 수련업무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이들은 “한 생명을 제대로 치료하는 데에는 전공의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교수, 병원, 나아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전공의에게 무엇을 얼마만큼 가르쳐 어떤 전문의로 길러낼지 분명히 밝히고 충분한 수련기회를 보장하라”고 언급했다.

이날 집담회에서 전국 전공의들은 '환자를 안전하게, 전공의를 안전하게'라는 문구가 적힌 배지를 달고 결의문을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끝으로 전공의들은 "환자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익을 위해 의사가 아닌 직역에게 전공의들의 일을 맡기거나 적은 수가로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 하는 등의 관행을 만들어낸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본격적인 집담회에 앞서 전국 전공의들에게 ‘환자를 안전하게, 전공의를 안전하게’라는 배지를 배포하고 착용케 해 눈길을 끌었다.

집담회를 준비한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 휴게시간인 점심시간을 이용해 합법적인 집회로 진행된 것”이라며 “위태로운 의료 환경에 대해 이제는 전공의 차원에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 전공의가 제대로 배울 수 있고, 환자를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는 환경을 직접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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