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대부분 임상 진행…국내선 임상 모집 현실적으로 어려워
최소한의 국내 데이터 인용으로 가교임상 허들 상당히 낮아져

식약처 전경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SK케미칼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가 정식 품목 허가를 받은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신 개발 관련 가교 임상에 대해 종전보다 완화된 요건을 적용,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식약처와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가 진행한 다국가 임상 3상시험은 대부분 필리핀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 측이 임상을 진행했다고 설명하는 부분, 즉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등 국내·외 19개 임상기관‧만 12개월~12세 소아 499명 중 대부분이 필리핀 데이터라는 의미다.

SK케미칼의 이와 같은 임상 디자인은 국내에서 백신 임상, 특히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NIP)에 포함돼있는 백신에 대한 상업임상연구가 구조상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NIP에 포함돼있는 백신은 국가에서 대상군에 무료로 접종을 진행하며, 수두백신 또한 NIP에 포함돼있다. 이에 따라 아이 부모들이 이미 NIP에 포함돼있는 ‘검증된’ 백신을 안전하게 무료로 접종하는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 아직 개발 중인 임상용 백신이 외면 받는 이유다.

이와는 반대로, 가교 임상이 완화되거나 아예 국내 임상 데이터 없이 신약이 들어오면 인종간 차이로 인해 발생되는 부작용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점에 대해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식약처도 현실적 어려움과 국내 데이터 확보의 필요성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식약처는 고심 끝에 4일 저녁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해 문제가 없고, 일정 수준 이상의 면역원성을 확인해 품목 허가를 내줬다.

식약처의 이번 판단은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국내에서 백신을 개발, 국내 품목 허가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NIP에 포함된 백신의 가교임상 허들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사인을 받게 됐다. 당장 업체들은 NIP 체계가 충분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을 타깃으로 임상 사이트를 탐색할 개연성이 생겼다.

이와 관련, 제약계 관계자는 "국내 임상 데이터의 중요성이 약화된다는 것은 결국 국내 연구진의 중요성이 약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국내 제약 경쟁력 향상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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