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의료진이 사고 원인과 경위조차 정확히 파악 못해, 주의의무 소홀 책임 인정”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내시경 검사 이후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환자에게 경추손상 등을 야기한 병원이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대구고등법원은 최근 상부 소화관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고 낙상사고를 당한 A씨와 가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B병원 의료진은 2014년 12월 19일 건강검진을 위해 내원한 A씨에게 아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면내시경 검사(식도, 위, 십이지장) 동의서를 제시하면서, 시술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발생 가능한 합병증과 수면내시경 이외 시행 가능한 다른 방법 등을 설명했다.

수면내시경 검사 동의서 내용

A씨로 부터 동의를 받은 의료진은 미다졸람(Midazolam) 4㎖를 주사한 후 약 9분간 상부 소화관 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이후 침대에 눕혀 내시경실 옆에 위치한 회복실로 이동시킨 다음, 다리가 회복실 벽으로 향하고 머리가 회복실 통로로 향하도록 누운 침대를 배치했고 침대 옆 부분의 난간을 올리고 침대바퀴를 고정했다.

5분이 흐른 뒤 A씨는 회복실에서 의식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가 위치한 침대 앞쪽 방향으로 베개와 함께 침대에서 떨어졌다. 급하게 응급실로 이송 후 경추손상이 의심되자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 됐고, 후방 접근 정복술 및 척추고정술을 받았지만 결국 A씨는 현재까지 양측하지 부전마비 및 배뇨배변 장애 등으로 재활치료와 검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의료진이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수면내시경 검사 시행 전 A씨에게 낙상예방교육을 실시하고, 검사 후 실무지침서에 따라 침대 난간을 올리고 침대바퀴를 고정시키며 낙상주의 안내문을 여러 곳에 부착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정상태에서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의식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옆에서 의식회복 여부를 계속 주시하고, 생체징후 및 의식이 회복된 것을 확인한 후 몸을 움직이도록 지도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다졸람의 약효(진정효과)로 인해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보이는 점과 당시 병원 의료진이 내시경실·회복실·세척실을 오가며 회복실 내의 환자들을 관찰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지적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원심에서 피고 측이 회복실 내 의료진이 수면내시경을 마치고 의식을 회복한 후 귀가하려는 다른 환자를 안내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다가, 고법에서는 다른 환자를 관찰·응대하고 있던 짧은 순간에 A씨가 움직이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등 지배영역인 회복실에서 일어난 사고의 원인과 경위조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주의의무 소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낙상예방활동을 성실히 수행한 점과 A씨가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의사전달은 가능한 상태에서 의료진을 호출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침대 위쪽으로 낙상하는 경우는 예측하기 힘든 이례적인 경우이며 사고 당시 환자가 만 72세 고령으로 골다공증을 앓고 있었던 점 등을 인정하며 보상범위는 5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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