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국가 보험재정 건전화와 의료기관의 경영 활성화 차원에서 현재 국민대상의 건강보험공단 외에 재외국민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로 제2의 건강보험공단 설립, 즉 개방된 글로벌 역외건보공단의 필요성이 최근들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기관 성격의 글로벌 역외건보공단 설립 방안은 정부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병원계 자체적으로 연구과정을 거쳐 정부에 제안하는 형태로 공론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소병원협회는 지난 3월 처음으로 역외건보공단 설립 필요성을 제시한데 이어 이 문제를 지난달 정기총회 학술세미나의 정식 의제로 채택하여 의료계와 학계, 정당 및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공론의 장을 만들고 적극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역외건보공단 설립의 골자는 750만명에 달하는 재외국민과 외국인들에게 별도의 글로벌 개방형 건강보험 가입을 유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의료기관의 운영 활성화를 도모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재외국민에 대한 국가 보험재정 지출을 줄이자는 게 핵심이다.

최근 보건의료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제의료서비스시장 규모는 '09년 $2.2조에서 '15년 $3.8조로 연간 8.3% 성장이 전망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의료소비자 증가에 따라 세계 환자유치시장 규모도 11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제안은 보다 공격적으로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비를 지출하면서 건강지표는 선진국 수준을 달성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병상수는 OECD국가의 2배 수준으로 국내 의료수요에 비해서 과잉 공급되어 향후 병상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 의료기관의 총 병상수(668,470병상)중에서 지역 중소병원 중심으로 유휴병상이 30%에 달하고 있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유발한 재정적자는 2050억원에 달한다. 이들에게 진료비로 지급한 급액이 그 만큼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2012년 외국인 지역가입자수는 13만 7407명에 778억 적자, 그리고 2017년에는 27만 416명에 2050억원 적자로 매년 외국인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재정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이 통계를 유추해 보면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따라서 ‘역외건강보험공단’을 설립해 이들 재외국민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중동 등 주요 국가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가입을 유도해 관리에 나서면 상당수 경영난에 직면한 국내 의료기관의 경영활성화를 도모하고 국가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물론 이런 제도의 도입과 정착을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토론회에서도 지적됐듯이 재외국민이나 해외 거주자 등의 이중 보험 가입 문제, 글로벌 개방형 건강보험료의 적정 산정 문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기관별 보험모집 활동의 제한, 더 나아가 해외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병상 점유율 적정수준 조정 등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반 문제점을 들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이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 된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글로벌 개방형 건강보험공단 설립 안은 다가올 국가 건보재정의 누수를 막고, 도산 위기에 직면한 많은 중소병원들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 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좀 더 숙고 할 수 있는 공론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 막 수면위로 부상한 역외 건강보험공단 설립 논의가 좀 더 진전되기 위해서는 병원계의 의지만으론 한계가 있다.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보다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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