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효율화·의료서비스 고도화·병상활용도 제고 등 기대
글로벌 개방형 건보료 산정-이용자 병상점유율 조정 등이 과제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대한중소병원협회를 중심으로 재외국민 750만명과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국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역외 건강보험공단’ 설립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풍부한 의료자원과 우수의료기술 및 의료시스템을 토대로 의료기관의 총 병상 수 66만8470병상 중 지역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유휴병상이 30%에 달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고 건보재정 효율화, 의료서비스 고도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래 시대 중소병원들의 불확실한 생존 가능성을 극복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반면 아직까지는 초기 아이디어에 불과해 공급자 표준화, 초기 적자, 쏠림 현상 등 많은 난관과 과제들이 존재하는 바, ‘역외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역외건간보험공단 기본운영모형. 재외국민과 주요국가들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개방형 건강보험제도를 투 트랙으로 운영함. 이를 위해서 현행 건강보험공단과 별도의, 역외건강보험공단을 설립해 운영. 글로벌 개방형 건강보험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현행 국내 건강보험수가+할증액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국내 의료기관의 운영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기여토록 함.

대한중소병원협회는 5월 31일 ‘제28차 정기총회·학술세미나'에서 최근 공개한 ‘글로벌 개방형 역외 건강보험공단 설립 제안서’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서 이용균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는 ‘역외건보공단’의 기대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용균 교수는 "역외건보공단은 국내거주 외국인, 재외국인 및 해외진출 기업종사자의 한국건강보험제도 편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와 거주외국인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도덕적 해이현상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큰 기대효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국내 의료서비스의 고도화와 의료서비스 및 연계된 산업육성의 효과도 있으며 국내의료기관 병상활용도 제고와 고용창출을 통해 차세대 국내 먹거리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는 바이오 산업·HT 산업 활성화의 순기능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같은 긍정적인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향후 논의 및 검토해야 할 과제들 또한 산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이용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 김태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교수, 이병문 매일경제신문 기자, 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

이용균 교수는 “재외국민 및 해외 거주자 등 이중보험 가입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비 비례보상제도에 따라 의료보험 중복 가입의 경우 비례분담을 하는 방안과 현재 종합병원 30%, 병원 40%인 해외의료 이용자 병상 점유율의 적정수준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영호 중소병원협회 부회장(한림병원) 또한 중소병원들만의 힘으로 가능한 제도가 아니며 정부가 게런티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정영호 부회장이 예상한 쟁점은 △외국 정부의 법과 제도 문제 △기존 해외 환자 유치 에이전시들과의 관계 △중증 질환자들만이 가입하는 역선택의 문제 △필연적인 초기 적자 문제 △공급자 표준화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이다.

정영호 부회장은 “역외건보공단이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는 이유는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다수 있고 이에 대한 논의가 아직 없었기 때문”이라며 “수많은 난관과 과제들이 있지만 국내 급성기 병원의 미래 운명이 밝지 않고 경제상황도 녹록치 않아 지금 검토를 하지 않으면 굉장히 늦어질 수도 있다”며 활발한 논의를 주문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부회장.

현재 운영하고 있는 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역외건강보험제도의 같은 지향점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했다.

김태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역외건보에서 보험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걷을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라며 “외국인 타겟팅을 잘해야 하는데 각 나라들이 각자의 실정에 맞는 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보험에 또 가입할 필요성을 못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태현 교수는 국내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방향이 오히려 수월할 것이라며 3개월 체류 외국인 건보혜택의 근본 취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역선택의 문제, 보험료 수급의 문제 등 국가적 경쟁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개방형 역외건보공단이 중소병원의 절박함과 해외환자 유치 전략의 한 프레임으로 시작된 고민이라는 점에서 그 진정성은 이해하나 구체적인 제도화 도입 가정하에서의 한계나 문제점을 짚고 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내·외국민의 차별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 충분한 가입자 확보가 가능한지에 대한 제도 유지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초단기적으로 운영되는 형태가 된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먹튀’하는 외국인들보다도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조원준 위원은 역외 건보공단과 외국인 환자 먹튀논란은 별도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며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보완대책을 발표할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조 위원은 “중소병원의 수익성 제고 목적으로 설립한 역외건보공단을 공공 성격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 반대로 사보험 형태로 운영한다면 사실상 의료기관을 지배하는 구조가 될 수 있는데 의료법상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역외건보공단이 중소병원의 활성화 정책으로 타당한가부터 외국인 가입자들이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통제할 수 있느냐, 통제한다면 외국인들이 반발하거나 가입을 꺼리지 않을지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역외건보공단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원인과 구조를 분석하고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중소병원협회 이송 회장은 “역외 건보공단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병원계 발전과 국가 발전에 기대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실제로 실행에 들어갔을 때 어떤 걸림돌이 있을지에 대한 토론 과정이 꾸준히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