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일선 건정심 탈퇴 반응 냉담… ‘노환규 집행부 당시 건정심 탈퇴 데자뷰’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30일 내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항의표시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탈퇴를 선언하자 일선 개원가에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노환규 집행부 당시 의협은 건정심 탈퇴 이후 수가협상도 결렬되면서 낮은 수가인상률을 기록했는데 똑같은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지난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2019년도 수가협상 방향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항의차 건정심 탈퇴를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지난 30일 2019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강력한 항의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건보공단 측에서 벤딩폭이나 수가인상률 등 수치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예년과 같은 수가협상 방식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건정심 탈퇴의 주된 이유다.

이에 의협은 정부가 진정성 있는 수가협상에 임하지 않거나 합리적으로 건정심 구조가 변경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건정심에서 논의되는 의료정책에 대해 전면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건정심 탈퇴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우려와 함께 부정적인 의견이 팽배한 상황이다.

의료계 한 임원은 “의협은 지난 2012년 노환규 집행부 당시 복지부와의 협상 결렬 후 수가협상 실패와 건정심을 탈퇴한 뒤 2.4%이란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한 바 있다”며 “어게인 2012, 똑같은 악몽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노환규 집행부에서 건정심을 탈퇴하면서 복귀하지 않겠다고 단언했지만 결국 이를 번복했다”며 “당시 의협은 건정심 복귀 후 다른 위원들의 비판에 한동안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의협의 건정심 탈퇴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고충은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도의사회 한 관계자는 “3년간 문재인 케어가 논의되고, 건강보험에서 중요한 정책들을 결정하는 건정심을 탈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전략인지 의문”이라며 “현재도 어려운 의원급 의료기관의 고충은 더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실질적으로 건정심의 경우 의협이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불참으로 처리될 뿐 정책 결정과정이나 수가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최대집 집행부의 이번 수가협상의 불성실한 참여 태도와 정부와의 불신의 각은 결국 의원급 의료기관 밴딩을 병협과 나머지 공급자 단체에게 바치게 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건정심 탈퇴 ‘정답’ 최대집 집행부 지지 세력도=반면 이번 의협의 결정을 반대하는 의사회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대집 집행부를 지지하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수가협상과 더불어 낡고 불합리한 건정심 구조의 문제점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건정심 탈퇴가 ‘정답’이라는 의협과 뜻을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한 직역을 대표하는 한 의사회장은 “이미 최대집 집행부에서 건정심을 탈퇴할 것이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라며 “현재 최대집 집행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긴말한 소통으로 적극 협조에 나설 것”이라고 지지했다.

특히 서울시특별시의사회(회장 박홍준)에서도 의협의 건정심 탈퇴를 지지하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는 “건정심이 더 이상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기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낡은 건정심 체제와 굴욕적인 수가 협상 과정은 의료계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요식 행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의사회는 “국민건강수호와 회원의 정당한 진료권 확보를 위해 낡고 굴욕적인 건정심 체제와 수가협상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것을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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