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통합·다학제적 융합 연구 지향해야
미래 의과학자 핵심덕목은 ‘소통의 리더십’
임상·연구역량 갖춘 미래 의과학자 길러야

안덕선
고려의대 의인문학 교수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미래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에 대한 적실성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는 데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다양한 관점과 학문으로부터 이끌어지는 폭넓은 논의와 판단이 요구된다.

또한 우리는 과학적 방법과 논리적추론을 통해서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직관적 통찰과 사고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미래에 대한 예측은 과학적방법과 논리적 추론뿐만 아니라, 직관적 통찰 또한 요구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현대 세계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어 놓은 하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현 인류의 3분의 1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어려운 몇몇 빈곤 국가와 어린이와 같이 여타의 이유로 사용을 제한하는 일부 계층을 제외하면 지구촌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휴대전화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SNS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고 말하는 것 또한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휴대전화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1980년대에는 그 크기가 손가방만 하였다. 메모리와 직접장치와 같은 전기소자 기술의 발전은 휴대전화를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첩만한 크기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더 놀라운 것은 현대의 휴대전화의 성능이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사용했던 컴퓨터의 기능에 못지않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예만 보아도 한 세대 만에 어떤 세상이 도래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혁신적 기술의 발전과 과학의 진보 그리고 그것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해서 도출되는 결과물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로 이끌 것이다. 이런 현상을 근거로 이미 세계는 4차 산업혁명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류의 고령화는 이와 같이 급변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현상이다. 현재의 인류는 새롭게 출현하는 신기술과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속에서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의료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과학 연구가 매우 통합적이고 다학제적인 융합 연구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의과학 연구자 또한 이와 같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 융합적인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경제포럼을 주도하는 클라우수 슈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학문 간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우리가 보고 겪고 있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이러한 예측이 결코 허황된 신기루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미래의 의과학자를 양성한다는 것은 결국 다학제적이고 융합적인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의과학은 변화하는 세계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연구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미래 의과학자의 책무는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었던 질병과 질환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에 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과 변화에도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의료와 관련된 병원, 의과대학, 연구소 그리고 지역 사회 등은 현재까지보다 발전된 하나의 소통 체계로 구성된 유기적 체제를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와 같은 체제를 기반으로 미래의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과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이 복잡하고 복합적인 체제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근거는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발전이다. 만일 그렇다면, 미래의 의과학자는 과거와 같이 실험실 안에서 자신의 취향이나 호기심에 의거한 독단적인 연구를 초월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미래의 의과학자는 인간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그리고 개인적인 문제와 사회를 포함한 세계의 문제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요인들 사이의 수평·수직적 축에서 열리는 새로운 지평을 조망하고 그것으로부터 출현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통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은 미래의 의과학자가 무엇보다 먼저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미래 의학과 의료는 우리 삶의 의·식·주가 의료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비교적 최근에 들어 전통적인 과학자로서의 의사 역량과 더불어 의과학자에게 요청되고 있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십은 사회적역량(social competence) 혹은 연성기술(soft skill)로서 소통, 변화 관리, 윤리, 사회와 각종 제도에 대한 이해, 조직 관리 등을 포괄적으로 함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리더십을 갖춘 의과학자를 양성한다는 것은 곧 융합적이고 통합적인 교육을 통해 학문간 경계를 초월하여 미래 의료 환경을 주도할 수 있는 의과학자를 길러내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미래의 의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기초의학과 임상으로 구분되는 좁은 의미의 연구관행에서 벗어나 의학과 의료를 의료현장과 지역 사회를 긴밀하게 연결할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의료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를 길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 준비하고 있는 연구 선진국들은 미래지향적인 의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전공의 수료 이후 전문의를 위한 중개임상연구에 대한 별도의 학위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이것은 전문의의 임상 역량과 연구자 역량을 결합하는 과정으로서,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과학자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많은 의과대학은 학부과정과 연구박사학위 복합과정을 이미 오래전에 도입하고 있으며, 이것을 통해 미국의 의과대학 교원중 상당수가 MD-PhD 복합 학위를 소지하고 있어 연구에 대한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선진 사회는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선진 사회는 예측불가능하고 급변하는 사회에 대비하고 변화를 건설적으로 유도하고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 과거의 의과학자를 뛰어넘는 의과학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비용을 기꺼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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