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중환자실 선진국 수준에 못미쳐

중환자 사망률 높고 지역 편차도 커
전담의사·간호사 적정인력 유지해야
영국 전담의사, 15명 이내 환자 제한

김영삼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신종인플루엔자 감염에 이어 메르스사태와 최근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아 4명의 사망에 따라 중환자실 감염관리 및 진료의 표준화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 5월에 발표된 제1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 전국 263개 병원 중 1등급을 받은 병원이 12개에 불과하였다.

정부가 최고 의료기관으로 인증한 상급종합병원 43곳 중 1등급을 받은 병원이 10개 밖에 안 되었으며, 지역적 편차도 심해 몇 개 시도는 1등급 중환자실이 전무하였다.

병원 간 차이도 커서 100점을 얻은 병원이 있는가 하면, 20점이 안 되는 병원도 있었다. 전담전문의 한 명이 맡는 병상 수는 평균 45병상, 간호사 한 명이 맡는 중환자는 평균 6명이었고, 전담전문의 의무 조항이 없는 종합병원 급으로 가면 전체의 80%에 전담전문의가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

적정성 평가의 1등급에 해당하는 기준이 선진국 중환자실의 최소기준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환자실의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에 의하면 18세 이상 성인 중환자의 사망률은 평균 16.9%로 여전히 높았고, 상급종합병원은 14.3%, 종합병원은 17.4%였으며, 병원별 격차도 커서 최대 66.7%인 기관도 있었다. 우리나라 중환자의 전체 사망률이 선진국에 비해 높고 지역적 편차도 커서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중환자실 진료 표준화를 통해 중환자의 치료의 질을 향상시켜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높은 수준의 중환자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 권리인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에 선진국 중환자실의 기준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중환자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중환자의 사망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전담 전문의사 및 간호인력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여러 다른 선진국에서는 중환자실에서 높은 수준의 치료 수준을 유지하고 생존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중환자실의 인력과 시설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준수하게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중환자실의 경우 간호사 수 대 환자 수 비율을 1:2 혹은 그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1992년부터 간호사 배치기준에 대한 법제화를 시도하여 1999년에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법이 제정되었으며, 2004년 1월 1일부터 주 내의 모든 병원이 제시된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였다. 1999년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에 대한 법이 제정된 후 2013년 현재 미국 15개주로 확대되어 적용하고 있다.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 즉 간호사 대 환자의 최소 비율(minimum registered nurse-to-patient ratios)을 1:2 이하로 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자발호흡이 가능하고 간단한 모니터링만 필요한 환자는 간호사 대 환자 수의 비를 1:2로 인공호흡기 적용환자는 1:1로 인공호흡기 적용하면서 복잡한 모니터링 필요하거나 기도흡인 자주하는 환자일 때 간호사 2명 당 환자 3명, 매우 불안정하거나 투석, 에크모 환자일 때 간호사 2명이 환자 1명을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기계환기를 하거나 불안정 상태 1:1, 안정 상태 1:2 에크모 같이 중한 상태이면 1:1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캐나다에서는 인공호흡기 적용 환자 2인당 간호사 1인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중환자실에서는 한명의 간호사가 평균 5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명의 간호사가 평균 3.3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이 중환자실 간호사 수에는 실제 환자를 담당하는 간호사 뿐 아니라 관리자 등도 포함되어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사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호주 및 뉴질랜드에는 전담으로 중환자실에 근무할 수 있는 전문의가 있으면서 교대 가능한 동급의 인력이 있어야 하며, 1명 이상 항상 중환자실에서 항상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환자의학 전담의사 한 명이 15인 이내의 환자를 담당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중환자의학 전담의사가 주중에 중환자실에 전담으로 근무해야 하는데, 한 명의 전담의사가 15명을 초과하는 환자를 볼 수 없고, 전공의는 8명을 초과하는 환자를 담당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역시 전담의사가 항상 중환자실에 근무하고 있어야 하는데, 특정 집중치료 경력이 5년 이상인 의사 2명 이상이 반드시 포함되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2014년도에 시행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의하면, 전체 265개 병원 중환자실에 중환자 전담전문의가 있는 기관은 87개 기관(32.8%)으로, 상급종합병원은 43개 모든 기관에 전담 전문의가 있었지만, 전일 전담의가 있는 경우는 전체의 83.7%였고, 222개 종합병원 중 44개 기관(19.8%)에만 전담전문의가 있었다.

중환자실 치료 질 높이고 사망률 줄여야
중환자 전문가 ‘중환자 치료’ 여건 조성
중환자실 관련 정부지원·제도개선 미흡
병원간 질 차이 정부 지원으로 해결해야

전담전문의 유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문의 1인당 병상 수인데 전담전문의 1인당 중환자실 병상 수는 44.7병상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평균 40.4병상, 종합병원에서는 48.9 병상이었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15병상을 넘지 않도록 되어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약 3배에 달하고 있으며, 전문적인 진료가 수행되기 힘든 상황에서 환자의 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는 위기에 처한 중환자 진료를 살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중환자들이 반드시 중환자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기본적인 환자 권리를 막고 있는 것이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로 ‘중환자실에는 전담의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현실에서는 ‘중환자실에는 전담의를 안 두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어느 분야보다도 고도의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중환자실에 대해 지나친 재량권을 허용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지적 받은 대로 위헌적인 문제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중환자실을 전근대적인 상태에 붙들어 두고 있는 중요한 원인으로 반드시 중환자실에는 전담의를 두어야 한다는 조항으로 수정되어야만 한다.

둘째, 병원 종별 간 중환자실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중환자실이 일률적으로 1등급일 필요는 없지만 시급하고 중한 상태의 환자들이 회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중환자실은 전국 시군구 어디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는 병원의 규모와 역할에 따라 중환자실 수준들이 층화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한다.

현재 간호등급은 병원별로 산정하나 중환자실 등급화는 병원의 특성상 같은 병원이라도 여러 등급의 중환자실을 갖출 수 있게 하여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인력과 장비 기준에 맞게 수가 체계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1개 이상의 1등급 중환자실을 갖추게 하고 이를 전체 병상수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유지하게 한다.

1등급 중환자실은 장기보조 치료를 즉시 시행할 수 있고 고위험도의 진단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중환자실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고위험군의 환자들을 위한 중환자실 규정한다.

전담전문의 1인당 15명 이내의 환자를 치료하게 하고 간호사 1인당 환자 2명 이하로 치료를 하되 에크모 환자일 때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명을 치료하게 해야 한다.

전용 투석기, 초음파 및 에크모 장비를 구비하고 있어야 하고, 감염환자의 격리를 위한 격리실 비율 25% 이상인 중환자실로 규정하고, 전담전문의가 입실과 퇴실 관리를 하고, 임상약사·임상영양사·물리치료사 등의 다학제 회진이 이루어지는 중환자실을 말한다.

2등급 중환자실은 활력징후가 불안정하여 장기 보조 치료가 필요할 수 있거나, 1등급 중환자실에서 급한 문제들을 해결 하였지만 아직 장기보조가 필요한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중환자실로, 1명의 중환자전담의사가 20명 이하의 환자를 담당하여 치료하고 간호사 1인당 3명 이하의 환자를 치료하되 인공호흡기나 투석이 가능한 중환자실로 제안한다. 중환자 전담전문의가 입실과 퇴실 관리를 하여야 한다.

3등급 중환자실은 생체징후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나빠질 가능성 때문에 관찰을 목적으로 하는 중환자실로, 전담전문의 1명당 30명 이하의 환자를 담당하여 치료하고 간호사 1인당 5명 이하의 환자를 담당하되 중환자 전담전문의가 입실과 퇴실관리를 시행하는 중환자실로 제안한다.

현재 간호등급을 병원별로 산정하고 있지만 중환자실 등급화를 통해 병원의 특성상 같은 병원이라도 여러 등급의 중환자실을 갖출 수 있게 하여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인력과 장비 기준을 제시하면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중환자실에서 표준화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며 고도의 인프라가 필요로 하는 중환자실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제도개선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

중환자실의 의료질 향상 및 표준화, 병원 간의 질적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응급의료 정책과 같이 지역별 거점 중환자실 기관을 지정하여 인력 및 장비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안 등을 통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중환자실 의료수준을 향상시키면 대한민국 어디에 있더라도 표준화되고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중환자의 생존율이 향상되어 국민의 기본권인 생존권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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