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낙 가천대명예총장, 조선시대 초상화에서 피부병 진단
"근거바탕 초상화에서 '선비정신' 발견 큰 보람" 밝혀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피부과 전문의이자 미술사학 박사인 이성낙 가천대명예총장이 최근 '조선시대 선비들의 초상화를 연구해 피부병까지 발견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피부과의사 선비의 얼굴을 진단하다)’이라는 제목으로, 이성낙 총장(저자)의 피부과 전문의로서 진단과 미술사학 박사로서 조예가 담겨져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화가가 피사인의 얼굴을 화폭에 옮기면서 주관적으로 피부병변이 있더라도 옮기지 않았다. 이는 화가가 못 본 듯 그리기도 했겠지만 피사인이 자기 얼굴의 거북스러운 단점을 화폭에 옮기지 말 것을 강하게 원했거나 능동적으로 부탁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렸다.

반면 조선시대 초상화의 경우 꾸밈 없이 피사인의 얼굴을 그대로 그렸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으며, 덕분에 초상화를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얼굴에 나타난 피부병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저자는 피부과 전문의인 연세대 방동식 교수, 아주대 이은소 교수와 함께 519점의 초상화를 근거로 피부질환 진단을 내렸다.

심하게 훼손돼 진단이 불가능한 초상화 다수를 포함해 검토한 결과 주름살이나 노화 현상, 흉터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는 것은 물론 현재도 흔히 볼 수 있는 스무 가지의 피부병변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

구체적으로 후천성멜라닌세포모반(113점), 노인성흑색점(85점), 천연흉터(73점), 돌출된 검버섯(37점) 등 다양한 피부병변이 초상화에 묘사됐다는 게 이성낙 박사의 얘기다.

책에서 저자는 “조선시대 초상화의 경우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모습까지도 가감없이 화폭에 담았다”며 “숨기고 싶었을 자신의 흠집을 그리는데 파사인이 담담하게 묵인, 동의한 결과이기도 하다. 조선 선비들의 정직함, 바로 선비정신의 발현”이라고 설명했다.

즉 조선시대 초상화의 경우 근거에 충실하고, 정확하게 피사인의 얼굴을 관찰한 ‘근거바탕의 초상화’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조선시대 초상화에서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관되게 전해온 선비 정신을 보았다”며 “우리 문화의 탁월함과 독창성을 발견하면서 스스로에게 내재돼 있던 식민교육의 그림자를 벗어나고 그런 면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직함과 올곧음, 잊어버린, 또는 일어버릴 뻔한 선비정신이 다시금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지표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이 절실하다”며 “선비정신이 지금 우리에게서 다시 살아나야한다”고 강조했다.

저자인 이성낙 박사는 독일 마르부르크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피부과 전문의와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연세의대 피부과 주임교수를 거쳐 아주의대 초대학장,‧의무부총장, 가천대 명예총장 등 의료계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명지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 병변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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