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 전문의 1명도 없는 인공신장실 23% 달해
신장학회, "전문인력, 시설, 장비 등 기준 도입 질 관리 나서야"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 우리나라 인공신장실의 설치 기준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말기신부전의 경우 전문적인 진료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C형 간염 집단 발병이나 요독성 뇌증 발생 등 환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신장학회(이사장 김용수)는 17일 서울 그랜드힐틴호텔에서 개최된 ‘KSN 2018’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인공신장실 설치 기준의 필요성을 밝혔다.

김용수 이사장<사진>에 따르면 이미 해외 각국에서는 혈액투석과 관련 인공신장실의 인력, 시설, 운영에 대해 설치기준을 가지고 있거나 인증의 형태로 인공신장실 질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인력기준부터 미비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지적이다. 인공신장실에 근무하는 혈액투석 전문의사 비율은 73.1%에 불과, 심지어 혈액투석 전문의사가 1명도 없는 인공신장실도 23.7%에 달한다는 것.

김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말기신부전 환자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국적으로 1000여개의 인공신장실이 운영돼 규모가 커진 상황”이라며 “결국 양보다 인력의 치료 수준이나 시설, 장비, 의료인의 윤리 등 질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장학회 차원에서 자율적인 인공신장실 질 관리와 불법 비윤리 의료기관의 정화를 위해 전국 인공신장실 인증평가를 시행하고 있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신장학회 산하 투석위원회에서는 국제적 수준의 진료지침과 국내 실정을 반영해 지난 2015년부터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공신장실 인증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76개 기관(인증율 78.4%)이 추가돼 현재까지 201개의 기관이 인증을 획득한 상황이다. 인증기간은 3년이다.

◆투석환자 체계적 관리시스템도 마련돼야=이밖에 김 이사장은 만성콩팥병 및 투석환자에 대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신장학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국 의료기관 대상 ‘말기신부전 환자 등록사업’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으로 혈액투석, 복막투석 혹은 신장이식 환자수가 총 9만874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고령사회에 따른 투석환자가 급증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만성콩팥병의 중요한 원인 질환인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높다는 게 학회 측 주장이다.

특히 만성콩팥병 및 투석치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투석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남자 67.2%, 여자 71.7%으로 낮으며, 심혈관계 질환이 원인 경우가 45.1%로 가장 높은 사망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김 이사장은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고, 신장학회에서도 자체적으로 ‘말기신부전 환자 등록사업’과 ‘인공신장실 인증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결국 급증하는 투석환자의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법규를 신설하거나 제도를 개선해 양질의 치료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며 “현재 우리나라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 60~70%만 등록이 돼 있는 상황인데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100%가 등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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