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분담금 강제화 방안도 불합리 
 병협, 국회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관련 반대 입장 밝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병원계가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조정참여 활성화 조치를 강구할 수 있도록 하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분담금을 강제화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임영진)는 지난 4월4일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 일부 신설 조항에 대한 반대입장을 담은 검토보고서를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중재원 감정부 운영과정에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정부 구성원에 대한 규정을 명시하고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정참여 활성화를 위해 일부 규정의 완화, 그리고 의료사고 피해보상제도와 관련해 보상제도 운영방안을 신설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병협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조정참여 활성화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제5조제4항 신설) 것과 관련해 이는 오히려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 측면이 배제된 불균형적·편향적 입법방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개정안 제안이유는 조정신청에 대한 피신청인의 조정참여 부동의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조정제도의 본질은 절차시작에 있어 ‘피신청인의 동의(당사자 자발성의 법리)’를 핵심원리로 하는 것인 만큼 단순히 피신청인의 부동의로 인한 절차개시의 어려움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현행 법률 제5조는 국가의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법적·제도적 기반 이행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조정 활성화 대책은 현행법률 및 정부 시책에 의거 충분히 시행이 가능한 만큼 개정안처럼 구체성과 예측 가능성이 부족한 법률규정의 신설은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등급제 폐지에 따른 현행 자동개시 대상을 ‘장애 1등급’에서 ‘장애인’으로 변경(안 제27조제9항)하는 안에 대해서도 자동개시 규정 신설 당시에도 의료현장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회와의 많은 논의와 의료계의 양보·협조 속에 ‘장애 1급’으로 최종 의결된 것이라며 당시 장애등급제 폐지와 조정제도는 함께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병협은 제도를 개편함에 있어 개정안 적용에 따른 제도와 정책의 예측 가능성, 현장의 수용가능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예외 없이 모든 장애등급에 대해 자동개시제도를 적용할 경우 불필요한 분쟁 증가와 중재원 업무부담 가중은 물론 무엇보다 의료현장에서 중환자 및 고위험환자 진료기피 현상이 만연될 위험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애인복지법상 장애등급이 폐지되더라도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자동개시 사유는 존치돼야 하고 의료분쟁조정접 하위법령 유지가 불가능하다면 현행 장애 관련 자동개시 수준을 감안한 별도의 자동개시 사유를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분담금 요양급여비용 징수(안 제46조제4항 신설)조항 신설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도 의료행위상 과실이 없어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그 재원을 분담시키는 것이 과실책임주의 법리를 훼손하는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과 같이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납부의사에 관계없이 비용부담을 실질적으로 강제하는 방안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

병협은 합리적 이유도 없이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위험을 갖고 있다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이라는 제도의 근본취지를 살려 그 재원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오히려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각 보건소장 등 재원분담 주체를 다양화해 국가 및 공공기관이 100% 전액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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