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 이어 개원가까지…우리나라 감염관리 민낯 드러나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지난 7일 서울 강남 한 피부과에서 프로포폴을 맞고, 시술을 받은 20명의 환자가 집단 패혈증 증상을 보여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발생 경로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처럼 주사제 오염에 의한 세균 감염 가능성으로 추측되고 있다.

실제로 관련 원장과 간호사 등 참고인 조사결과 약 60시간 동안 프로포폴 주사제를 상온에서 보관했다는 일관된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주사제 관리 및 변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역학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의약품 제조상의 문제를 조사 중이다.

프로포폴의 경우 그동안 과다 사용으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는 있었지만 세균 오염사고로 패혈증까지 발생한 사례가 없다.

패혈증은 세균·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이 나타나는 상태로 발열·저혈압·호흡 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상태가 심해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들은 마취제인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뒤 피부색을 밝게 하거나 주름을 개선해주는 시술 등을 받았다. 지난 8일 저녁 기준 일부 환자는 퇴원했으며, 나머지 환자들은 입원해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처벌로 제대로된 감염관리 불가능=이번 사건에 따라 재차 우리나라 감염관리에 대한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단순히 의료계를 옥죄는 규제가 추가되거나 병의원에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제대로된 감염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과거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4년도 다나의원 C형 간염 바이러스 사태나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다나의원의 경우 1회용 주사기를 재활용한 명백한 잘못이 있었지만 그 이후 후속 대책은 단순하게 의료계를 옥죄는 규제 마련에 불과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다나의원의 경우 병원이 명백하게 잘못을 했기에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지만 의사들의 왜 주사기를 재활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적이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정부는 고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경우 관련 의료진 구속 수사까지 펼쳐지면서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당시 의료계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저수가와 인력 부족 사태는 물론 애매모호한 시스템으로 분주 관행으로 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한 바 있다.

의료계 한 임원은 “의료진의 과실에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과실의 원인도 돌아봐야한다”며 “정부는 감염예방의 저수가 정책과 부족한 인력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문제해결에 접근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