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장관은 과연 보건사회제도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일까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언급한 ‘인류애’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외국인의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인류애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박정하게 대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대다수가 ‘자기 돈 아니라고 퍼주고 있다’는 지적을 펼치고 있지만, 본질적인 면을 들여다보면 이 발언은 보건사회정책을 흔드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과연 한 나라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사회제도의 정의를 제대로 체득하고 있는가, 아니 사회복지학 전공자가 건강보험과 사회보험, 공공부조, ODA의 개념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

국민건강보험의 목적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에 명시돼있다. ‘국민의 질병ㆍ부상에 대한 예방ㆍ진단ㆍ치료ㆍ재활과 출산ㆍ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이다. 원칙적으로 외국인이 아닌 ‘국민’이 서비스 가입부터 급여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한 제도를 두고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이용자의 동의 없이 ‘인류애’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소비하는 것이 이롭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 자체를 몰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일 뿐이다.

또 하나, 행정학에 능통하시다는 분이 왜 사회보험을 ‘인류애’라는 가치에 대입을 시키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인류애’는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사회보험은 ‘사회구성원의 경제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생활에 위협을 가져오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의 원리를 응용해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사회보장 정책의 하나’다. 인류애의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회구성원의 ‘상호부조’를 위해 존재한다.

하다못해 사회보장 정책의 다른 트랙인 공공부조(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하에 생활 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조차 국민을 바라보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사회구성원 외의 존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박 장관은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이런 건강보험사업을 안타깝게도 국민건강보험법 제2조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아 주관한다.

박 장관이 말하는 인류애적 관점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 즉 ODA(공적개발원조)에서나 찾아야 할 듯하다. 박 장관이 국민건강보험법의 ‘외국인 등에 대한 특례(제109조)’를 논하기 전에 법의 취지부터 생각한다면 무엇이 우선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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