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수
의료법윤리학과장

[의학신문·일간보사]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보건의료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들을 오는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축소하여 급여 항목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30조원 정도의 재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책은 OECD 보건지표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OECD 국가에 비교하였을 때, 매우 높은 환자들의 본인부담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발표되자 의료계에서는 문제점을 제기하며 제도의 시행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러한 현상이 있는 것인가? 환자를 위하여 좋은 제도면 의료계에서 거부하더라도 그냥 추진해도 좋은가?

이 정책은 우리나라 의료의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의료기관간의 질 차이에 따른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더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의료기관의 질적 차이에 대한 교정 없이 본인부담만 낮추는 것은 대형병원으로 가는 비용만 더 낮추는 일이 되어, 환자들이 더 몰리게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본인부담금을 낮추기에 앞서 병원들 간의 질적인 차이를 줄여서 환자들이 가까운 곳에 있는 의료기관들을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의료기관 인증제가 시행 3주기를 앞두고 기준 및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신청에 의하여 인증을 하되, 종합전문요양기관의 지정을 받으려는 기관은 반드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은 의무인증이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들 중 제도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기관들을 제외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자발적으로 인증을 신청해서 받은 기관은 매우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기회에 인증제도의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인증 준비과정과 인증을 받은 후에 실질적인 의료의 질이 보장되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많은 재원을 마련하여 지원하거나 건강보험과 연계된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인증을 받은 기관의 수도 늘리고, 의료기관의 질도 향상시킨다면, 환자들이 인증마크를 받은 기관들을 믿고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문재인케어의 취지대로 환자의 본인부담도 낮추고,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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