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 13대 이사장에 취임한 이정희 이사장은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또 다시 ‘윤리경영’을 화두로 꺼냈다. 전임 이행명 이사장이 그의 임기 2년 내내 이 문제로 씨름했던 터였다. 신·구 이사장 이·취임과 불의의 회장 공석상황이 전개되며 다소 소강상태에 있던 윤리경영 문제였다.

김영주 부국장

이정희 이사장의 논리는 심플하다. 제약산업이 국민산업을 표방하기 위해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 필수이고, 윤리경영 없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정희 이사장은 이사장 취임 전 협회 유통질서위원회 담당 부이사장으로서 이행명 이사장과 더불어 윤리경영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에 앞장서 왔던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 13대 이사장 취임과 더불어 그의 임기 2년 동안의 핵심 포인트가 ‘클린 제약산업계’가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어찌 보면 윤리경영 이슈가 철지난 유행어처럼 비칠 수 있다. 실제 제약기업들의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노력 흔적이 역력하다.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CP) 등급만 보더라도 국내 최고 수준인 더블A(AA) 등급을 획득한 곳이 지난해만 해도 5곳에 이른다. 여타 산업계에서 A등급만 받아도 자랑할만 한 데 제약산업계에선 숨기고 싶은 등급으로 취급된다. 지난해 6월 국내 도입된 ISO 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을 받은 곳이 벌써 3곳이다. 내년까진 무려 50곳 제약이 인증을 받겠다는 목표이다. 제약기업들의 회사 차원의 불법 리베이트는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이정희 이사장의 취임기자회견에서의 발표는 의미심장하다. 그는 ‘제약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고 했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 깊은 안타까움을 갖고 있고, 제약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국민들의 의혹의 눈길에 억울하다는 것이 아니라 일리 있다고 동조하고 있다. 일선 영업 현장 사정에 가장 밝을 수 있는 이정희 이사장의 발언이라는 것이 뼈아프다.

최근 제약산업계의 윤리경영과 관련해선 CSO(판매대행사) 이슈가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다. 제약기업들로 볼 때 CSO는 윤리경영 이슈에 대한 일종의 도피처 일 수 있다. 자신들의 손에 피 흘리지 않고 챙길 것은 챙기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그 의도 자체가 불손하다. 아무리 CP등급이 높아도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도 어렵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히나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CSO문제라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지만 제약산업계에서 윤리경영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는 많은 기업들의 희생과 눈물로 얻은 산물이다. 어떤 큰 기업은 쌍벌제 도입에 앞장섰다고 해 의사들의 눈총을 받고 보복에 시달리며 설움을 당해야 했고, 오너의 강력한 의지로 윤리경영에 한 발 앞선 몇몇 기업들은 장기간의 영업부진에 따른 옳고 그름에 대한 심각한 회의속에 애를 끓여야 했다. 이행명 전임 이사장의 경우 스스로 ‘욕먹을 것을 각오한다’고 밝히고 불공정거래 의혹 제약사 이사회 명단공개 등 강력한 정책을 추진, 윤리경영 분위기 다잡기에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정희 이사장이 제약산업이 명실상부한 국민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윤리경영을 확립해야 한다고 다시금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이다. 제약산업의 윤리경영 전통은 이제 산업의 보존해야할 자산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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