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부검 결과 20% 정도만이 사전 인지…복지부,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 강화 추진'

2015년 세계 자살 예방의 날 포스터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주변인의 자살위험 신호 인지가 중요한 자살 예방 방안임에도 불구, 자살 유가족의 20% 정도만이 이를 인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중앙심리부검센터(센터장 전홍진,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실시한 심리부검 분석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사망자의 유가족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 및 변화를 확인하여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체계적인 조사 방법이다.

2015년부터 2017년도까지 3년 간 중앙심리부검센터로 신청․의뢰된 자살사망자 289명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자살사망자 대부분(92.0%)은 사망 전 언어‧행동‧정서상태(죽고싶다, 주변정리, 우울·불안 등)의 변화를 통해 자살징후를 드러내는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자살 유가족의 21.4%만이 고인의 사망 전에 경고신호를 인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리부검센터는 고인의 사망 전에 자살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들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자살의사를 확인하거나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등 적절하게 대처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살사망자 상당수는 약물‧알코올 등 자극을 추구하거나(36.0%), 자해(12.8%) 또는 자살시도(35.6%)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문제, 가족‧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자살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자살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건강 문제(87.5%), 가족관계(64.0%), 경제적 문제(60.9%), 직업관련 문제(53.6%) 순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선 자살사망자 중 수면문제(62.3%), 체중증가 및 감소(42.6%), 폭식 또는 식욕감소 문제(39.8%)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사망자의 경제적 문제는 부채(71.0%), 수입감소(32.4%)가 주요 유형(복수응답)이었으며, 부채발생 사유는 생활비 충당(24.8%), 주택구입(21.6%), 사업자금 마련(20.8%) 순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이와 함께 자살유가족은 자살사건 발생 후 일상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의 88.4%가 사별한 후 일상생활의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우울, 불안, 초조, 공포, 불면증 등 정서상의 변화, 대인관계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유가족 대부분(80.1%)이 우울감을 느꼈고 이 중 95명(27.0%)은 심각한 우울증에 해당했으며, 일부 유가족은 수면문제(36.4%) 및 음주문제(33.8%)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가족의 63.6%는 고인이 자살로 사망했다는 것을 사실대로 알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상대방의 충격을 걱정해 유족의 부모 및 조부모, 자녀 등 가까운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번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수립해 추진 중인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1.23.)’을 더욱 촘촘히 살피고 충실히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 주변인의 자살위험 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해서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인 ‘자살예방 게이트키퍼’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보강할 계획이다.

또한 주변의 지인에게도 자살사고 발생을 꺼리는 자살유가족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지원하기 위해 자살유가족을 가장 먼저 접촉하는 경찰 등과 협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은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이전과 다른 언어적, 정서적, 행동적 변화를 보인다면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 및 정신의료기관 등 자살예방 전문기관에게 연결해야 한다”면서 “주변의 관심을 통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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