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소송 청구 기각한 원심 파기…대법원 “청구 누락했을 뿐 포기하지 않아”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의료사고 피해자가 발생 병원에 계속 입원 중인 상태에서 총 3번에 걸쳐 각종 비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차 소송에서 여명기간 이후 치료비 등을 청구하지 않아 별도의 소송에서 청구하는 것이 확정 판결에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확정되자, 병원이 역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병원에서 피해자를 치료하면서 발생한 손해를 전보하는 것에 불과하고, 종전 소송에서 청구를 누락했을 뿐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며 환자와 가족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 26일 OO대병원이 A씨와 그 가족 등을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했다.

지난 1998년 A씨가 OO대병원 소속 의료진으로부터 수술 및 치료를 받은 후 의료진의 과실로 식물인간 상태가 되자, A씨를 포함해 자녀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03년 항소심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한 다음, A씨의 여명이 2004년 4월 23일로 추정된다는 전제에서 일실수입과 여명기간 동안의 향후치료비, 개호비 및 위자료 등을 산정하여 병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예상한 여명기간 이후로도 생존함에 따라 A씨와 그의 가족은 2004년 병원을 상대로 추가로 발생되는 손해에 관한 배상을 청구했다. 2006년 항소심은 A씨의 여명을 2012년 6월 14일까지로 인정하고 생존을 조건으로 치료비와 개호비 등의 손해를 추가로 인정했다.

그 과정에서 피고 측은 개호비의 경우 우리나라 평균 여성의 평균여명 종료일을 고려하여 2037년 9월말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청구한 반면, 치료비의 경우 감정 결과 인정된 A씨의 기대여명 상한선이 8.4년임을 고려해 2012년 12월 31일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만을 청구했다.

이후로도 A씨는 생존했고 피고측은 다시 병원을 상대로 추가로 발생되는 손해에 관한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은 생계비는 일부 인용했지만 2014년 7월 10일 이후의 치료비 청구 등 적극적 배상 청구 부분은 별도의 소송에서 청구하는 것은 2차 의료소송의 효력에 저촉된다고 보며 각하했다.

한편 대법원은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됐다”며 “손상 이후에는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뿐이라면, 의사 치료행위는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에 불과해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해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앞선 법리는 환자가 특정 시점 이후에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치료비를 종전 소송에서 충분히 청구할 수 있었고, 실제로 이를 청구했더라면 그 청구가 적극적 손해의 일부로서 당연히 받아들여졌을 것임에도 환자가 종전 소송에서 해당 향후치료비 청구를 누락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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