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천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Health Energy Initiative’ 한국지부 창립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미세먼지, 기후변화, 환경문제 등이 심각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만큼 의료계의 역할은 굉장히 구체적이고 폭 넓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죠. 이 문제들에 있어서 선진국 보건의료인들의 관심과 활동이 활발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걸 깨달아야 합니다."

최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과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사)에코맘코리아, 환경운동연합, (사)기후솔루션 등이 참여하는 ‘Health Energy Initiative’ 한국지부가 창립했다.

‘Health Energy Initiative’는 화석 연료 기반 발전에서 깨끗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운동으로 미국 비정부기구(NGO) ‘Healthcare without Harm’이 앞장서 보건의료인, 보건 단체, 과학 기반 활동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모니터링, 연구, 교육, 홍보, 정책 제안 등의 활동을 하는 단체다.

미국에서 출발해 현재 유럽, 필리핀, 중국, 인도 등 서양과 동양을 가리지 않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참여 중이기도 하다.

이에 ‘Health Energy Initiative’ 한국지부 창립을 주도한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신동천 교수는 최근 본지(일간보사·의학신문)와 만나 미세먼지 등의 환경문제 해결에서 의료계의 관심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Health Energy Initiative’ 한국지부 창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신동천 교수. 그는 에너지와 환경 변화에 따른 건강문제 해결의 중심에 보건의료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건강과 관련이 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전문가인 보건의료인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어렵고 나아가 효과적인 정책도 개발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신동천 교수는 “에너지와 헬스라이프는 환경보건 분야에서 꽤 오래된 이슈이고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가 일반적인 물음인데도 진척이 없는 이유는 경제와 산업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선진국들은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 이를 건강문제로 인식시켰다”고 강조했다.

즉, 환경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사회의 큰 변화로 이어감과 동시에 정부의 관련 정책이 힘을 얻고 당위성을 얻으려면 국민의 건강을 핵심으로 두고 풀어나가야 하는데 국내 분위기는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신동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문제에서만큼은 시민단체나 국회에만 맡겨두고 있는 느낌”이라며 “건강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보건의료전문가들이 다수 동참해 에비던스를 형성하고 밸런스를 맞추면 국민들의 인식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이 ‘Health Energy Initiative’ 한국 지부 창립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는게 신동천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외국은 이미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보건의료인들의 참여와 노력이 활발하다”며 “병원은 환자만 치료하는 곳이 아니고 의사는 환자만 치료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준다는 장점과 함께 때로는 시민단체, 정치인, 경제인들과 함께 논의하고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자만 열심히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의 틀을 벗어나 환경문제로 인한 국민적 건강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국민의 인식을 이끌어내는데 큰 몫을 하고 정부 정책에서의 전문가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신동천 교수는 ‘Health Energy Initiative’ 한국지부 활동의 중심에 보건의료인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정 지역의 대기오염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지역 병원 및 의원들의 옥상에 측정장치를 설치해 자료를 축적하거나 병원차원에서의 친환경 에너지 사용 운동 등이 작지만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세브란스병원에서 미세먼지 농도 별로 건강에 끼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일기예보 하듯이 발표한다면 국민적인 신뢰도와 관심은 굉장히 높아질 것이고, 이것이 환경문제에 보건의료인이 참여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신동천 교수는 예로 들었다.

신 교수는 “보건의료계만이 할 수 있는 과학적인 분석 자료를 내놓고 대국민 메시지를 체계화 시켜야 한다”며 “적어도 건강문제에서만큼은 의료계가 국민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인식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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