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요즘 들어 전국 노인요양병원계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더 이상 요양병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차별적이고 비현실적인 노인의료 정책이 지속되면 강경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정부를 향한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격앙된 분위기는 최근 열린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대표자 비상대책 모임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선 “언제까지 요양병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차별적이고 비현실적인 노인의료정책을 감내할 것인가? 우리도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장외 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집행부를 압박하고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요양병원들이 정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수년전 장성 화재 사건 이후 노인요양병원협회는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환자안전 및 질 향상을 위한 자정 노력을 벌여왔다. 더욱이 녹록지 않은 환경속에서도 화재예방을 위한 스프링쿨러 설치 의무화나 감염관리 기준 강화에 따른 시설 보완 등에도 애써오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요양병원만 심한 규제와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는 데 있다.

전국 1,400여개의 노인요양병원을 대표해 정부와 해법을 모색해오던 집행부도 상황이 이쯤 되자 요양병원에 대한 10개항의 차별 정책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개선이 안되면 시위라도 나서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요양병원들이 주장하는 역차별 정책은 △법에 명시되어 있으나 받을 수 없는 요양병원 간병비 △요양병원만 배제한 환자안전관리수가 △요양병원만 제외한 감염감리료 △노인환자 역차별 하는 본인부담상한제 별도 적용 △요양병원 입원 환자만 제외한 상급병실 건강보험 등 10개항에 이른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환자 안전과 국가 재정, 타 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되는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간 병비 급여화와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간 기능 정립, 환자안전수가 등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없고, 환자 부담을 덜며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정부와 요양병원 사이의 불신의 벽을 허물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요양병원들이 정부 시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정부 관계자가 예정된 정책토론회에 불참하고, 무시하는 것은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와도 맞지 않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토론의 장에서 합의점을 찾고자 하는 성의를 보였더라면 적어도 불통이니, 권위주의니 하는 오해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다가오는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노인의료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들 기관들이 적정한 경영환경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 주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요양병원간 진지한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선진화 된 노인의료 정책이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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