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시달리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심해져…소방공무원 7천여명 설문조사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감정 노동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을 크게 받는 소방관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김정현 교수(사진 왼쪽)와 박혜연 임상심리전문가.

경기도 내 34개 소방서에서 정신건강증진 교육을 진행하는 등 소방공무원을 위한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은 최근 김정현 교수·박혜연 임상심리전문가 연구팀이 나서 소방관의 감정 노동이 소방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각종 신체적 사고의 위협이 시달리는 소방관들이 감정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에도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인 ‘소방공무원 인권 상황 실태조사’에서는 소방관의 37.9%가 연구기간 동안 언어적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구급구조 요원들의 경우 감정노동 경험이 81.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들이 사고 현장 토입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병의 위험이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감정 노동으로 인한 정서적 피해에 대해서는 제도적 관심이나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 교수팀의 연구 계기다.

이번 연구는 경기도 소방공무원 7천190명을 대상으로 소방관의 정신 질환 및 위험 요인을 조사해 분석됐다.

분석 결과 최근 외상성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소방관 중 감정 노동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이 큰 소방관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상성 스트레스 경험과 PTSD 증상 중증도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감정노동의 영향

즉, 업무 중 외상성 스트레스 사건을 겪었을 때 사건 이후 일상적으로 감정 노동 업무에 시달리는 소방과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정현 교수는 “소방공무원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감정 노동의 부담을 줄여서 그로 인한 정서적 고통을 감소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감정 노동에 대한 치료적 개입과 함께 119 서비스 수혜자들의 폭언 및 부당한 요구로부터 소방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통합정신의학(Comprehensive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2018년 상반기 편집장 추천(Editor's Choice) 논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