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보루 중국 임상 중단에 꺾인 한미 ‘불굴의 의지’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비소세포혜암 신약 올리타의 개발이 결국 중단됐다. 한미약품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을 알리며 ‘불굴의 의지로 개발하려 했으나…대단히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심정을 표현했다.

한미약품의 올리타 개발은 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 시작은 개발 파트너 베링거인겔하임의 갑작스러운 개발권 반납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9월 한미와의 라이센스 계약 1년2개월만에 계약금 등 6500만달러를 포기하고 개발권을 반납했다. 경쟁신약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가 미국 및 유럽에서 제품 승인을 받는 등 한발 앞서가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은 주저앉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리타는 타그리소의 유일한 경쟁자이자 대안이었던 것. 유효성에서 다소 뒤지지만(무진행생존기간 올리타 9.4개월, 타그리소 11.7개월) 부작용에선 다소 앞서고(올리타 사망 2명 인과관계 1명, 타그리소 사망 13명 인과관계 4명), 특히 가격 부분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적 판단이었다.

실제 올리타는 월처방액 기준 150만원으로 타그리소 700만원(이면계약 내용 미공개로 제외)의 1/5수준에 불과하다.

베링거의 개발 포기로 미국, 유럽 임상은 어렵지만 중국 파트너 자이랩은 여전히 순조로운 상황이었고, 중국은 시장 규모도 그렇거니와 가격 경쟁력이 가지는 이점도 적지 않아 기대를 모았던 것.

중국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올리타는 보다 빨리 포기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를 허락하지 않는 냉엄한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의 생리는 어쩔 수 없더라도 국내에서 조차 올리타는 많은 설움을 당해야 했다.

환자 및 가족들이 타그리소를 찾는 것은 이해 못할 바 아니었다. 자신 및 가족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보다 검증된 약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 이며, 혹여 올리타가 타그리소 보험급여 과정에 걸림돌이 될까 실제 이상으로 폄하하는 것까지도 이해했다.

올리타는 그러나 국내 의료진, 정부 등 어느 곳으로부터도 글로벌 혁신신약 가능성이 높은 토종 신약으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리타를 타그리소 가격협상의 지렛대로 삼았을망정 그 대안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고, 국내 의료진들도 ‘올리타를 쓸 환자가 없어 3상 임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애정을 읽기 어려운, 냉소적 전망 일색이었다.

국내에서조차 배려받지 못한 신약이 외국에서 잘 되길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마지막 보루였던 중국 자이랩이 개발권리를 반납하자 한미약품도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난관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개발하려던 것을 대단히 안타까운 마음으로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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