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 우리나라 정신의료기관의 정신보건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인권 사각지대였던 수용시설에서, 탈수용화라는 큰 흐름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로 복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직접적인 의료행위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민간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서 탈수용화에 맞춰 민간 정신의료기관이 나아가야 할 서비스 방향의 변화를 고찰하고, 해외 사례와 비교하여 정신의료기관 제공서비스의 통합적인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서비스 문제점

정신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경우 정신질환의 특성상 타 진료과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이 높다. 2017년 2월 인권위에서 모 병원에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차별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이들에 대한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정신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성이 부족하고, 명확한 적용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질 관리 체계도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신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다.

열악한 인력구조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타 진료과에 비해 법적인 기준 자체가 낮게 설정되어 있다. 타 진료과는 간호등급 가산제 상에서 7등급으로 구분하여 1등급의 경우 간호사 1명 당 환자 2.5명, 7등급의 경우 간호사 1명당 환자 6.0 명 이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과의 경우 정신건강복지법 상에서도 간호사 1명 당 입원환자 13명이 기준이며, 정신과 의료급여 차등수가 산정기준에서도 G2 등급 기준 간호사 1명당 6명 이상∼14명 미만으로 정해져있다. 이러한 인력구조에서는 양질의 서비스가 실현될 수 없다.

해외의 정신건강서비스 현황

위의 나타난 문제점들에 대하여 해외 여러 나라의 정신건강서비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은 최근 지역사회 중심으로 치료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 치료에 서비스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입원체계가 설정되어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자의 지역 정착 촉진을 돕기 위해 다학제 전담팀을 구성하여 재택의료평가(중증 정신질환자 조기집중지원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질 관리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의료급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메디케이드의 경우, 미국 내 최저의 정신건강서비스에 해당하지만 국내 정신건강서비스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정신과 입원시설에 대한 질 보고 프로그램(Inpatient Psychiatric Facility Quality Reporting)이 존재하며, 서비스 질 평가와 의료기관에 대한 지불이 연동되어 있다.

호주는 전문적인 치료서비스는 의료기관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센터 등의 연계 기관과의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연령에 따라 아동 및 청소년, 성인, 노인으로 구분하며, 중증도에 따른 다양한 단계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정신건강서비스의 당사자인 정신질환자나 가족들을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서 고용 또는 자문위원으로 위촉하여, 정책 결정과정 및 서비스 제공과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대만은 일본과 유사하게 다양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한다. 위기개입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급성기 병상에서 재활치료에 힘쓰고 있고, 정신과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의료기관에 대한 지불체계와 연동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서비스 개선방안

무엇보다도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환자 간에 동등한 서비스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체계가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이나 인권지킴이 등을 도입할 수 있다. 환자와 보호자의 인권운동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외 사례를 보듯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급성기 정신질환의 경우 재활치료를 포함한 집중적인 입원 프로그램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재원일수를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와 연동된 질 관리 체계 구축 및 열악한 인력구조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정신의료기관들이 능동적으로 양질의 정신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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