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담배 적게 피워도 건강에 미치는 해악 분명’ 강조
금연으로 인한 감소효과는 있어…암 예방에는 흡연량 감소가 일부 도움은 될 것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금연은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을 줄이나 흡연량 줄이기로는 그러한 건강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담배는 적게 피우더라도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분명하고 흡연량이 조금씩만 더 늘어나더라도 그 위험성이 더욱 증가한다는 의미다.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는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연구원에서 개최된 ‘제43회 보건학종합학술대회’에서 기존 연구 문헌들을 바탕으로 흡연여부, 흡연량의 변화가 심혈관질환 발생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이기헌 교수는 하루에 담배를 1개비 피운다면 하루 한갑(20개비)을 피우는 경우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이 절반 정도 된다고 알려진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갑 흡연자 대비 소량 흡연자의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여자보다는 남자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는 것을 강조한 이기헌 교수다.

이기헌 교수는 “적은 양의 담배를 피우더라도 흡연량 증가에 따라 허혈성 심장 질환 발생의 위험은 급격히 증가한다”며 “흡연량이 늘어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 상승의 정도는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폐암 위험이 지속적으로 상승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흡연량 증가로 인한 암 관련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률 상승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이기헌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금연과 흡연량을 줄이는 것과의 차이점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이기헌 교수는 “흡연자에 비해 금연한 사람의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나 사망 위험이 낮음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금연과 달리 담배 피우는 양을 줄이는 것으로는 발병위험을 줄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여러 연구들에서 비교적 일관된 결과를 보이며 우리나라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들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인다는 것.

즉, 금연은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줄이나 흡연량 줄이기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또한 이기헌 교수는 금연 후 체중 증가 및 혈당 증가와 상관없이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기헌 교수는 “우리나라 40세 이상 남성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시행된 몇 개의 연구에서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하더라도 계속 흡연을 한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담배를 끊은 후의 체중 증가는 금연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저해하지 않고 오히려 금연 시 심혈관계 질환 예방 측면에서 얻는 이득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어 “금연 후 혈당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과 이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금연 후의 혈당 증가가 금연 건강효과를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뜻한다”고 말했다.

반면, 흡연량을 줄이게 되면 관련 암 발생 위험은 흡연을 지속한 사람에 비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기헌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 이기헌 교수가 최근 40세 이상 남성 14만30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평균 10~19개비를 피우는 흡연자가 10개 미만으로 담배를 줄였을 경우, 계속해서 20개비 이상의 흡연량을 유지하는 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성이 45% 감소했으며 흡연 관련 암에 걸릴 위험성은 26%, 모든 종류의 암에 걸릴 위험성은 18%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헌 교수는 “흡연자가 금연을 하는 것과 단순 흡연량을 줄이는 것에서의 심뇌혈관 질환 및 관련 암 발생 위험성은 조금씩 다르긴 하나, 결국 흡연자가 건강을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금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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