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석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부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올해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화두는 단연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갈수록 커지지만 성공확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연구개발 그리고 상업화 과정에서 타기업, 연구소, 대학 등의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제약업계와 외국계 제약사들의 다양한 기업간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이 진행 중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공동으로 연구개발 중심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최초의 민간 주도 오픈 이노베이션 국제행사인 ‘한국제약산업 공동 컨퍼런스(K-PAC)를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K-PAC을 통해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간의 해외 공동 진출 및 공동 연구 개발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오고 있다. 올해에도 오는 5월 9~10일 양일간 바이오코리아 기간 중에 진행된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기술과 잠재력을 글로벌 기업과 함께 세계적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의 결과로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들이 외국 업체에 공급되거나 기술 수출 계약을 맺는 등 국내외 제약업계, 정부, 연구기관 간 협력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오픈이노베이션 상생협력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는 국내 제약업계와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가고, 국내 신약 R&D 기술 향상에 공헌해 왔다. 지난 5년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투자한 R&D 규모는 약 1조896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파악된 양해각서(MOU) 체결 규모만도 69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가시화

또한 오픈이노베이션 결과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기술수출 성과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기술수출액이 12억3천만달러(1조4천억)을 기록했으며, 제약산업 수출액은 2016년 31억 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36억 달러로 16.1% 성장했고, 5년 평균 성장률이 14.3%에 달했다.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및 기술 수출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한 국내 제약산업발전 또한 기대할 수 있다.

한편으로 신약 개발을 떠올리면 글로벌 제약회사의 큰 연구소와 연구원들을 생각하게 되지만, 제약·바이오 분야에도 벤처 스타트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개최되는 제약·바이오 컨퍼런스나 전시회 등을 살펴보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연구 인력과 경험,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소수정예의 연구인력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은 국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스타트업 공동 인큐베이팅 플랫폼’을 개설했다.

스타트업·글로벌기업 제휴 지원

국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 시 복잡한 인허가 및 임상시험 과정상 자원과 경험이 부족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주목하고 유망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교육과 멘토링, 비즈니스 협력(제휴)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세 기관에서는 이번 교육을 통해 초기 역량이 확보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기업과 지속적인 제휴관계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민간 차원의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육성이 전세계적인 경쟁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정부의 산업 육성 지원 전략도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신약개발 R&D 지원 확대, 세제지원, 제약분야 전문인력 양성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많은 국내 제약사 및 스타트업 기업들이 개방형 혁신을 통해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글로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혁신신약에 대한 가치가 적정하게 인정되는 여건이 우선 조성되어야 한다.

신약개발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은 국내 대형 제약사나 글로벌 제약사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당장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신약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거나 신약의 적절한 가격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단기적인 재정절감 효과를 얻을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혁신에 의한 신약 가치를 적정하게 인정하는 것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정책적 인센티브가 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과 중국 등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과 발전에 주목하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미래 성장 산업이며, 국민의 행복을 크게 증진할 수 있는 기술·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계도 글로벌 선진 제약사들과 함께 개방형 혁신 전략을 활성화 하는 것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선진국들의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벨기에, 아일랜드, 중국 등 새로운 신약 개발 강국을 적극 추구하는 나라들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개방형 혁신 여건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이 왕성하게 일어날 수 있는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 조성에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제약사 중에서도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여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